
외국인 환자 치료 시 다짐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공감'과 '기다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진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때로는 그 가족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아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기 위한 두 가지가 바로 공감과 기다림입니다.
우선적으로 공감에 대해 말하자면 의사의 태도, 말투, 말의 내용 그리고 말의 순서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복장, 두발 상태 등도 환자의 기분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화할 할 때 환자와 눈을 맞추고 환자의 기분을 확인하며 그에 화답해 주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환자를 맞이합니다. 대화 중에는 환자에게서 희망적인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진료가 끝나기 전 다소 희망적인 부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간간히 맞장구를 치면서 경청을 하는 태도를 취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확하게 말합니다. 신뢰감이 있는 첫 대면은 환자나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모멘텀을 제시하게 되고, 정확한 진단에 더욱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무엇보다 헤어지기 전에 중요한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하고 밝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러한 태도와 방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강조했던 설득의 3요소를 참고하여 취하게 되었습니다.
공감만큼이나 기다림 역시 중요합니다. 5초 혹은 10초의 기다림은 망설이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5~10초 가량 정면으로 환자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환자가 만족하는 진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문 진료 분야는 무엇이며 어떤 경험을 쌓았나요?
복통으로 고생하셨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소화기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내과를 전공하면 수술방에 들어올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학생 때와 인턴 때 외과 공부와 실습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내과 전공의 시절, 내시경으로 식도정맥류를 치료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치료내시경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의 '위종양 내시경치료' 강좌를 들으며 치료내시경을 집중적으로 시작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치료내시경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1995년에 시작한 치료내시경 시술은 내시경 의사에게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점차 시술 건수가 늘어나면서 일반인과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시술도구의 발전과 조기발견 사례의 증가로 치료내시경 분야는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내과를 선택했던 저는 적극적인 외과 실습과 외과 치료를 대체하는 치료내시경의 확대 적용으로 인하여, 결국 외과 의사와 유사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외과 수술을 대신하여 내시경으로 완치시켜주는 내과의사! 참 매력적이고, 보람찬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훈용 교수를 포함한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이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실에서의 진료와 내시경 치료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해외 의료 취야국가들을 대상으로 진단 및 치료 기술을 전수하고자 사단법인 닥투게더를 설립하였습니다. 특히 캄보디아에 집중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산재단이 진행하는 'Asan in Asi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의 젊은 의사들에게 진단 내시경 교육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환자를 치료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인 진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 중 로고스, 즉 논리와 근거의 비중을 높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실제 결과물을 중심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언어 생활습관이 다른 외국인들과 공감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 간혹 그 나라의 간단한 인사말을 공부해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대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기보다는 감미료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자-통역사-의사 사이에 정확한 의미 전달과 교감을위해 메모지를 활용합니다.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설명의 핵심 단어를 기재하여 사진을 촬영한 후 차트에 삽입하고, 그 메모지를 환자에게 줍니다. 모형을 보면서 설명을 하지만, 메모지에 알아보기 쉽게 나만의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은 1) 환자의 이해를 돕고 2) 질문할 것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3) 다음에 방문시 집에서 생각한 내용에 대해서 토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때, 그림을 예쁘고 이해가 잘되게 그리면 금상첨화이기도 합니다.

▲ 서울아산병원 정훈용 교수가 캄보디아에 소화기 치료내시경술을 전수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외국인 환자가 있나요?
중동 지역에서 오신 남자 환자가 떠오릅니다. 식도 끝부분에 2-3 cm 가량의 종양에 대한 치료 상담을 위하여 방문하신 분이었습니다. 저를 찾아오기 전에도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의 유수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치료 상담을 하였으나 외과적 식도-위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외과 수술 합병증에 대한 우려로 수술을 받지 않고, 내시경치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경우였습니다. 크기가 3 cm 정도라 암성 변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드리고,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시행하였습니다. 내시경치료 시술 후 불편한 점 없이 퇴원하셔서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그러나, 최종 병리결과상 암성변화와 함께 전이-재발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외과 수술을 받고 완치되셨습니다. 좀 더 일찍 내시경치료를 받으셨다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완치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경우는 일본에서 오신 젊은 남자 환자였습니다. 식도-위 접합부에 발생한 바렛식도 및 동반된 이형성에 대한 치료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내시경검사를 결과 매우 미세한 변화만 관찰되어, 약물요법과 함께 추적검사 하기로 했었습니다. 이후 추적검사상 고도이형성(high grade dysplasia) 확인되어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하여 역류와 연관된 바렛식도 및 바렛식도암의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일본에서 치료받아도 될텐데, 우리 병원을 신뢰하고 의료진의 지침을 잘 따라주어 적절한 시기에 내시경치료를 받고, 생활습관도 교정한 사례라 기억에 남습니다.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해당 국가에서 최신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질병에 대하여 우리가 체계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하여 최고의 성과를 이루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국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잘 치료받았는지 확인 차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의 의료진과 소통하여 불필요한 방문을 줄이는 역할을 하였을 때도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진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료진이 소통하여 환자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을 환자가 신뢰하게 될 때 의료인으로서 또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외국인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해당 국가에도 많은 의료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인만큼 해당 국가의 의료진과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진이 하나가 되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치료와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국가에 선진 의료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7년도부터 캄보디아의 젊은 내시경 의사들에게 진단 및 치료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현지 방문 혹은 한국으로 초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 전수를 하고 있으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주관이 되어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Asan in Asia'프로젝트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각지의 국가에 있는 의료인과 환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
전문 분야 : 위·식도·십이지장질환, 치료내시경
직책 : 교수, 소화기내과
주요 활동 : 미국소화기학회 정회원 /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 /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사 / 대한소화기학회 재무이사 /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ESD위원장 /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 /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임원 및 회장 / 소화기인터벤션의학회 임원 및 회장
연구 업적 : 500편 이상의 SCI(E) 논문 게재
관련 의료진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