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머리에 핀을 꽂은 아이 2022.01.17

서울아산병원 국제교류팀 하수진 대리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중동 국비환자의 진료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해외에서 원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통역, 입원환자 관리, 응급환자 전원 및 후송 등 전반적인 과정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10살짜리 소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까운

뇌암을 앓고 있던 아말(가명)은 환자 이송을 위한 특수 비행기인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중증 환자의 경우 중환자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에어 앰뷸런스를 타야 이동할 수 있어요. 아말은 10살 때 서울아산병원에 왔지만 이미 2살 때부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뇌암이 여러 부위에 전이된 상태여서 서울아산병원에 오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수차례 수술을 받고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고 저희 팀원들과 담당 의료진 모두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했어요. 1년 넘게 치료를 받으면서 바깥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른스러웠고 밝고 긍정적이었어요.

 

어느 날 라운딩을 하는데 아말이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에 핀을 꽂고 자랑을 했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잠실역에서 사다 준 리본 모양의 핀이었어요. 핀을 꽂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말은 재활치료 말고는 더 이상 시도할 수 있는 치료가 없었기 때문에 2019년 6월 다시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갔습니다. 4개월 뒤 아랍에미리트로 출장을 갔는데 아말이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요. 아말과 어머님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말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어머님은 아말을 치료해주고 챙겨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저희 역시 아말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국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환자와 의료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직도 마음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아이입니다.

 

“알라신 다음으로 믿습니다”

몇몇 중동 환자들이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우스갯소리로 했던 말입니다. 본국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갖게 된 신뢰와 믿음을 표현한 거죠. 중동에서 온 환자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싶다면서 소견서에 재진 예약이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기입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글로벌 AMC’가 더 이상 하나의 구호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외국인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앞으로도 중동 환자가 우리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가교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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