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더 자주 들여다보고 더 자세히 살피며 2022.02.03

어린이병원간호팀 박소영 과장

 

▲ 22주 2일에 태어난 환아를 간호하는 박소영 과장.(좌)                                              ▲ 에크모 치료 중인 환아를 간호하고 있다.(우)

 

"302g의 사랑이, 288g의 건우도 이곳에서 무사히 세상에 나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세상으로 나가는 정거장

“우리 아가 밤새 잘 잤어요~?” 밝은 인사를 건네며 눈과 손은 야무지게 아이의 상태를 살핀다. 22주 2일 만에 태어나 눈꺼풀이 붙어있던 예은이가 간밤에 눈을 뜨고, 518g으로 태어난 건호는 68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뗐다. 작은 기적들은 항상 기척도 없이 찾아온다. 출생 후 4주 이내의 환아들이 모이는 신생아중환자실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90여 명의 간호사가 빈틈없이 지킨다. 미숙아 중환자를 간호하는 NICU1에서 올해는 발달 간호가 필요한 환아를 간호하는 NICU2로 발령받았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다급한 외침에 각 구역의 시니어 간호사가 뛰어가고 남은 간호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빈자리를 채운다. 의사도 24시간 상주하여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 체온 유지와 이동상의 위험 문제로 응급 수술도 신생아중환자실내에서 진행할 만큼 아이들을 위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입사 때부터 1지망은 신생아중환자실이었어요. 아이들을 돌보며 은퇴하는 게 꿈이고요."

 

좋아하는 일이자 잘하는 일

2001년 입사해 간이식병동을 거쳐 5년 만에 신생아중환자실에 발령받았다. 익숙해진 성인 간호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선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성인 심박수는 100회 이상이면 비상이지만 아기들에겐 정상 수치여서 혼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많았다. 또 소수점까지 주사 용량을 계산하고 주수 마다 다른 소독제를 사용해야 했다. 긴장과 피로가 큰 만큼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느끼는 행복감도 컸다.

“처음 써보는 항생제인데 어떻게 투약해야 돼요?” 후배의 질문에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선 신생아의 모든 질환을 다뤄 방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몇 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질환을 기억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래서 2006년부터 질병과 간호법을 적은 수첩을 늘 분신처럼 챙긴다. 예전에 만난 환아들이 간호사들을 완성시키며 또다른 아이들의 수호천사가 된다.

 

                     ▲ 퇴원을 앞둔 환아를 수유하는 모습.                                                        ▲ 업무를 마치면 아기 수첩을 기록하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갖는다.

 

"자주 보고 자세히 보아야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엄마의 마음일 수밖에요."

 

매 순간이 응급 상황

건이가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 기력이 없어 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이곳에선 울음소리가 반가울 때가 있다. 혼자 숨을 쉬고 잘 씹고 삼키는 아이로 만들기까지의 간호는 결코 쉽지 않다. 신기하게도 오랜 경험이 쌓인 간호사의 손길을 아이들도 알아보는 듯하다. 그래서 프리셉터로 신입 간호사들을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게 있다. “먹이고 달래고 재우는 기본부터 익히셔야 해요. 기본을 익혀야 중환도 보이거든요!” 

24주 미만 출생아를 위한 치료지침보다 훨씬 작은 주수의 아기들이 나날이 늘어간다. NICU1의 24베드가 전부 인공호흡기 적용 환아일 만큼 중증도도 높다. 평생 장애로 남을 수 있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며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숨쉬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틈날 때마다 아기의 가슴을 두드려주고 가래를 뽑아주며 각별히 신경 쓴다. 그래서 “살리는 것보다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잘 살리려면 더 자주 들여다보고 자세히 살펴야 한다. 뇌출혈과 동맥관개존증, 괴사성 장염 등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의료진도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아이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먹고 숨 쉬려는 능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할지 모르죠."

 

돌보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제한되면서 애착 관계의 어려움은 부모에게도 찾아온다. 그래서 교수는 매일 부모에게 전화해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고 간호사들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순간, 처음 눈을 맞춘 날, 백 일째 되는 날, 목청껏 운 날 등 특별한 순간을 아기 수첩에 틈틈이 담아둔다. 하음이가 퇴원하는 날 수유 교육을 마친 부모에게 아기 수첩을 선물했다. 한 장씩 넘겨 보던 부모가 울기 시작했다. 퇴원을 축하하러 나온 간호사들도 따라 울었다. 그동안 돌봐온 마음과 기다린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하음아, 엄마 아빠랑 건강하게 쑥쑥 크자!”

뒤이어 신환이 들어왔다. “제가 뭐 할 건 없을까요?” 산모가 물었다. “어머니, 아기는 저희가 잘 돌볼 테니 편안하게 쉬면서 모유에만 신경 써주세요. 모유가 괴사성 장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아이들의 바이탈을 측정하고 신환을 받고 회진과 응급 수술, 각종 이벤트로 빽빽한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퇴근길에는 아이들과 울고 웃은 기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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