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치료는 엄격하게, 환자는 다정하게 2022.02.15

신경과 장준영 교수

 

 

뇌혈관이 막히면 1분에 19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큰 혈관이 막혀도 뇌가 손상되기 전이라면 혈관을 뚫는 시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뇌경색 환자의 재관류 치료 과정에선 시간에 예민해진다. 장준영 교수는 영상 검사 후 신경과의 판단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응급실에서 검사실로 이동할 때 지연되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을 거듭한다. “출퇴근길에 환자를 위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한계를 느낄수록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환자에게 집중하려고요.”

 

재관류 치료 효과를 보고 난 뒤

전공의 시절 급성 뇌졸중 환자의 혈관을 뚫는 시술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곤 했다. 큰 혈관은 약물로 30~40%를 뚫을 수 있지만 혈전제거술을 통하면 치료 결과가 훨씬 향상된다는 보고들이 발표되던 시점이었다. 내과적 치료를 하는 신경과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하지만 신경중재술을 할 신경과 의사를 찾는 병원은 흔치 않았다. 기회가 열려있는 창원의 한 대학병원으로 갔다.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것부터 시술과 회복 관리까지 혼자서 맡아야 하는 구조였다. 부담이 컸지만 원하는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 것이 우선이었다. 

젊은 환자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실려 왔을 때다. 진행이 빨라 의식장애까지 오고 있었다. CT 결과만 보고 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다행히 혈관은 단번에 뚫렸다. 시술 결정과 해결까지 채 15분이 지나지 않았다. 특별한 후유 장애도 남지 않았다. “후속 치료를 하던 어느 날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 한번 가보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섭섭했는데 차츰 ‘서울아산병원에는 뭐가 더 있을까?’ 궁금함으로 바뀌었어요. 조금 더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거든요. 그러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돌고 돌아 올해부터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술팀에 합류했습니다. 최선의 치료를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성장해야죠.”

 

최적의 치료를 찾아가다

장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재관류 치료와 좁아진 뇌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로 유지시키는 혈관 성형술, 그 외의 복잡한 뇌 질환을 다룬다. 시술뿐 아니라 시술 후 약물치료로 잠재적 위험 요소를 예방하고 합병증을 관리하는 과정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것은 장 교수의 강점으로 꼽힌다. “뇌졸중 치료는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과도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야 합니다. 진료과 간의 허물 없는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죠. 뚜렷한 정답이 없는 ‘그레이존’에선 저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제 의견만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듣고 따르려고 합니다. 이기고 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고 환자를 위한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니까요.”     

지난해에는 당뇨병이 동반된 뇌졸중 환자의 혈당 조절과 혈전제거시술 예후의 상관관계를 입증해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에 게재했다. 또한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를 통해 1만 8,000여 명의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심뇌혈관질환 재발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혈당 조절 목표치를 제시하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것도 보람 있지만 치료 지침을 바꾸는 연구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의사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집중의 결실

심한 경동맥 협착이 동반된 급성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던 중 불안정한 혈전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언어 장애가 심해진 환자가 있었다. 불가항력인 상황이었지만 환자 가족은 크게 항의했다. 불안정한 상태로 인해 경동맥 협착을 시술하기 어려운 날이 지속되었다. 장 교수는 자주 환자를 찾아가 내과적 치료로 합병증을 관리했다. 처음에 의료진을 강하게 불신하던 환자는 “장 교수님이 끝까지 치료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했고 무사히 시술까지 완주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과 기술의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치료에 따른 이익과 위험성을 잘 저울질해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찾아온 절박함에 응답하는 진료를 해드리고 싶어요. 다행인 건 환자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더라고요.”

의대에 진학한 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제일 보람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신경과는 타과에 비해 직접 환자를 문진하며 진단을 끌어내는 아날로그적인 진료 과정에 매료되어 선택했다. 요즘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치료를 받고 온 환자들이나 다른 병원에서 생긴 합병증은 아예 치료하지 않는 병원들을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한다. “환자에게 해는 되지 말자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치료 기준에는 엄격하되 도움이 절실한 환자에게는 너그러운 치료 기회를 드려야 하죠. 환자들이 저와 서울아산병원에 기대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생사를 가르는 골든 타임을 위해 제 역량을 항상 준비해 놓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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