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새 학기 증후군 2022.04.01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윤민이는 화장실에 자주 가기 시작했다. 막상 화장실에 가면 소변도 안 나오는데 계속 소변이 마렵다면서 한 시간에 10번 이상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 가느라 학교를 지각하는 날도 있다. 같은 반 지연이는 최근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문제가 없는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학교에 처음 입학했거나, 방학 중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새 학기를 맞는 아이와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때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새롭고 다양한 교육과 놀이, 또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편으로는 학습을 하고 집단 생활의 규칙과 규율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입학이나 개학을 앞두고 아이의 긴장과 불안이 증가할 수 있다. 불안이 커지면 학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윤민이와 지연이처럼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교 적응에 더욱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증상을 통틀어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새 학기 증후군은 그 자체가 질환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낯선 교실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증상이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낯선 환경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더 적기 때문에 이런 환경 변화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은 대개 투정이 심해지고 두통이나 복통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심하면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집중력이 저하되고 산만해지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새 학기 증후군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아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작은 일에도 불안해한다면 새 학기에 적응하는 데 더 힘들어할 수 있다. 또 평소에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는 아이, 관심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아이, 경쟁심이 많은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도 새 학기 증후군 증상을 보이기 쉽다. 아이들의 새 학기 적응을 돕기 위해서는 학교 생활이나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불안을 무시하거나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마다 각자의 불안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아이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줘야 한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와 협상하지 않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여는 행사에 가능한 참석하고 학교와 밀접하게 연락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면 한 번에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분리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첫째 주에는 보호자가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고, 둘째 주에는 학교 건물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셋째 주에는 교문 앞까지 바래다주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렇게 천천히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 일상 생활에서 해야 하는 일이나 학습을 할 때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시키는 것보다 한 번에 하나씩 할 일을 주거나 짧게 여러 번 끊어 과제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짧은 과제를 완료할 때마다 칭찬을 해서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학교에서 알림장이나 준비물을 챙기는 것을 빠뜨릴 수 있으니 학기 초에는 엄마가 함께 챙겨주는 것이 좋다. 수업시간에 착석이 어렵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문제로 학교에서 지적을 자주 받게 되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서 노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반 아이들 중 몇 명과 따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주거나 운동이나 학원을 같이 다니게 해서 어울릴 기회를 늘려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 과거에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집단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위축된 아이, 드물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고기능 자폐증 아이도 있을 수 있으니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아이들의 긴장된 마음을 잘 알아주고 이해해주면 아이들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즐겁고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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