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진심으로 얻은 믿음 2022.05.02

내과간호1팀 박채원 주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소화기내과 병동도 마찬가지다.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처음 만나면 인사말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입원 수칙부터 설명드린다. 안전한 병원 생활을 위해 상주 보호자 1인 외에는 면회가 불가하며 외출이나 교대도 안 되고 코로나 관련 증상 발현 시에는 즉시 퇴실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다소 엄격한 이야기를 줄줄이 말하다 보면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최근 병동에 70대 남성 환자가 입원했다. 췌장암 의심 소견으로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했는데 보호자로 상주하던 배우자가 3일 전부터 코막힘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라 즉시 퇴실을 요청했지만 배우자는 환자를 돌봐야 한다며 강력히 거부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환자는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귀가 거의 안 들리고 언어 장애가 있어 가족 외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전신쇠약이 심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했다. 교대를 해야 하는 딸은 다음날 오후에나 올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 병원의 코로나19 관련 규정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잔뜩 쏟아냈다.

 

설득 끝에 배우자를 퇴실 시켰지만 혼자 하룻밤을 보내게 된 환자를 보며 우리 간호사들도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병동의 모든 간호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환자가 사용한 소변기를 비우고 식사 시간에는 한 숟가락씩 밥을 잘 드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렸다. 간호사 호출벨을 침상에 놓아두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할 때 누르도록 말씀드렸다. 밀려드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자주 찾아가 어디 불편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밤에는 낙상 등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간호사실 바로 옆 치료실로 환자를 옮겨 가까이에서 살폈다. 담당간호사뿐만 아니라 같은 근무조의 간호사, 다음 근무조의 간호사까지 모든 간호사가 치료실을 오가며 환자의 보호자가 되었다. 환자도 우리의 마음을 느꼈는지 적극 협조해주었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다음날 걱정을 안고 병동에 도착한 딸은 오자마자 “우리 아버지 어디 계세요?”라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걱정과 다르게 잘 정돈된 침상과 편안한 표정으로 간호사실 가까이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오해를 풀면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의심과 걱정, 불안을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배우자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보호자가 없었던 하루,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투약과 환자사정, 처방수행뿐만 아니라 환자가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주었다. 진정성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니 환자와 보호자의 불신이 믿음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해야할 것도, 챙겨야할 것도 많아진 상황에서 이번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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