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오늘도 출근] 감염관리센터를 떠나며 2022.06.10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아쉬움은 늘 남는다. 최근 감염관리센터를 떠나면서 느낀 감정이 그렇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약 3개월의 시간 동안 함께 일했던 선생님들과 작별하며 느낀 감정과 기억들을 이번 글에 담고자 한다.

 

감염관리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여러 부서의 선생님들이 한곳에 모였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부서와 새로 생긴 부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혼란의 시기를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각기 달랐던 기록 방식부터 통일하기 시작했고, 업무가 끝나면 회의실에 모여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부족한 물품을 파악하고 채워 나갔으며 부서의 규칙과 각자의 역할을 정했다. 물품이 부족할 때는 여러 병동에 전화해서 기송관을 통해 받기도 했다. 우리는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며 유대감이 깊어졌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치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4종 보호구를 착용한 채 격리구역에서 나올 때 수고했다며 격려해주는 선생님들을 마주하다 보면 함께 일한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느끼는 유대감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감염관리센터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자원해서 온 사람들이고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여러 부서에서 온 경험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다양한 질환별 간호를 배울 수 있었고 내 부족한 간호에 대한 피드백을 자세히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내게 동료 선생님들은 귀찮은 내색 없이 욕창 드레싱 방법, 고위험 약물 및 의료기기 관리, 인공호흡기 관리법 등을 가르쳐주었다.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내가 물어본 것에 대한 사진 자료를 보내준 선생님도 있었고, 중환자 간호에 어려움을 겪을 때 곁에서 도와주면서 힘이 되어 준 선생님도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선생님들의 멋진 간호와 지식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감염관리센터를 떠나며 미니 케이크를 선물 받았는데 거기엔 레벨D 보호구를 입은 귀여운 캐릭터와 ‘We did it!’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괜히 마음이 울렁거리고 흐뭇했다. 말 그대로 우리는 함께 해냈고 함께라서 해낼 수 있었다. 돌아보면 참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4종 보호구를 입으면 땀이 줄줄 흐르고 물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탈수 증상이 와서 사흘 내내 소변이 어두운 갈색으로 나온 적이 있다. 호흡이 어려워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퇴근한 뒤에도 헛구역질을 했으며, 습관적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한 시간도 떠오른다. 아마 혼자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감염관리센터에 지원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공하고 성장하게 한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댄다면 위기에도 끝은 있다. 그리고 그 시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감염관리센터에서 일하며 겪은 위기 대처 경험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우리를 성장시켰다. 우리는 지난 모든 것들에 작별을 고하고 또 다른 희망으로 나아갈 것이다. 안녕, 감염관리센터!

 

암병원간호2팀
라연경 사원

암병원간호2팀 라연경 사원은 2020년 입사해 암 환자를 간호했고, 코로나19의 최전선인 감염관리센터(CIC)에서는 전염병으로부터 환자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긍정, 사랑, 열정으로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매순간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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