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우리는 간호사다]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 2022.07.05

우리는 간호사다

 

“제가 잘 봐드릴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병실에서 검사를 기다리며 매우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간호사가 해준 말이라면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줘서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칭찬카드가 동료 간호사에게 전달됐다. 환자의 청력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검사실에 미리 공유해주어서 환자가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을 듣고 검사를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간호사는 수많은 환자들을 간호하며 그들과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을 때 그 간호사를 신뢰하며 감사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은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이지만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통해 얻게 된 특별한 능력이자 전문적인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정맥 주사를 삽입하거나 채혈 전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환자분, 제가 최선을 다해볼게요.”라는 말을 한다. 이 말 한마디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엄청 큰 차이가 있다. 나 스스로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집중하게 되고, 환자의 긴장을 덜어줄 수 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 환자의 얼굴을 바라보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다정한 얼굴을 볼 수 있다.

 

궁금한 점이 많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환자는 의료진에게 확인하고 확인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런 경우에는 “이런 점이 환자분께 중요하고 가장 걱정 되신다는 거죠? 잘 알겠습니다. 확인해보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한다.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몰입하면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경청이 가능하다. 그리고 환자의 진짜 문제를 집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경청은 도움이 되려는 마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소통은 단지 환자를 위해서만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몰입의 시간은 간호사에게도 큰 기쁨을 주고 환자에게 받는 감사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끔 평소 성격이 불같다는 환자들도 만나게 된다. 어느 한 환자는 혈압을 재는 팔에 통증이 있다며 내게 크게 화를 내며 소리를 친 적이 있다. 보호자가 환자를 말리며 조금 있다가 와달라고 했다. 환자가 화를 낸다고 감정적으로 응대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뿐 해결되지 않는다.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는 역할이지 환자와 싸워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우선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환자는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왼쪽 팔에 마비가 생겼기에 예민하고 또 앞으로의 상황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화를 내는 방식으로 소통해왔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싸우기도 하고 간호사와도 신뢰가 많이 깨졌을 것이다.

 

나는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 “환자분, 아까 제가 아프게 해서 미안했어요”라고 말했다. 환자는 내 사과에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민망한 듯 표정을 지으며 눈을 피하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환자가 나를 조심스레 불러 이야기했다. “간호사님, 아까는 내가 시술 다녀와서 아파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미안해요.”

 

그 뒤 검사나 퇴원 설명을 할 때 환자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는 무조건 ‘OK’라고 했다. 완전히 내 편이 된 느낌이었다. 나도 환자를 돌보는 데 마음이 편했다.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먼저 알아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한다. 환자들의 말이 진짜 마음과 매번 같지만은 않다는 걸 안 뒤, 의사소통을 할 때 이 환자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답을 구하기 위해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일은 내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의사소통의 기술로 최선의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용기 내볼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또 삶의 한 지점에서 잠시 만나 금방 헤어지지만 그때 그들에게 주는 우리의 영향과, 또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가르침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간호사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내과간호2팀
손다혜 대리

내과간호2팀 손다혜 대리는 2012년 입사해 현재 신경과 입원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뇌졸중, 뇌전증 등 뇌혈관 및 뇌신경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퇴원 후 건강하게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진심을 다해 간호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돌보며 느낀 깨달음을 통해 간호 업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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