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성장은 성공이 아닌 ‘도전’ 속에 있어 2022.07.15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정보의학과  김영학 교수

 

▲ 2005년 심장내과 의료진과 함께. 원 안이 김영학 교수.
▲ 2008년 외국에서 온 펠로우들과의 기념촬영. 원 안이 김영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일원으로 분주한 30~40대를 보내고 의료 정보 분야로 눈길을 돌려 빅데이터센터와 정보의학과를 이끌어 온 김영학 교수를 만났다. “겪는 사건은 달라도 성장의 전개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라며 김  교수는 지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초창기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1993년 인턴으로 입사했는데 인턴이 으레 하던 일들을 여기선 전문 인력이 맡고 있었어요. 각자의 전문성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업무 환경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병원의 투자였던 거죠. “심장내과에 오면 잘하겠다!” 심장내과 교수님들의 한마디에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그 말을 기억하는 분이 없는 걸로 봐선 제가 과대 해석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전문 그룹의 일원이 됐다는 설렘과 환자들의 치료 과정이 역동적이고 간혹 극적이라 보람을 크게 느낄 수 있었어요. 심장내과는 스텐트나 판막 시술과 같은 큰 변화가 이뤄졌고 약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죠.   

저는 박승정, 박성욱 교수님과 같은 쟁쟁한 분들이 그리는 큰 그림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시작점이 되다시피 한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술대회의 세팅이나 대외 네트워킹, 논문 작성, 학회 활동 등을 도맡았죠. 보통 40대 이후에 얻을만한 성취가 30대에 일찍 찾아왔어요. 집에서 보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전력 질주했습니다.

 

심장내과를 이끌 다음 세대로서 느끼는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지금의 안정된 시스템이 자리 잡기까지는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 갈등이 숨어 있죠. 예를 들면 환자 권리가 중요해지면서 임상 논문 하나에도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 허가를 받기까지 갈등이 많았어요. 조직과 시스템 사이에서 현실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가며 자기학습능력을 키운 것 같아요. 매일 성장하는 만큼 성과에 대한 압박도 컸어요. 중환자실에서 “네가 우리 과, 우리 병원을 망가뜨리고 있다”라며 동료에게 크게 화냈던 게 잊히지 않아요. 핑계 같지만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가치 사이에서 제가 속도 조절을 못 한 거죠. 그러면서 저만의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화두가 생겼습니다.

 

일종의 슬럼프를 거치며 의료 정보 분야를 만나게 된 건가요?

일단 하던 일과는 다른 주제들을 살펴봤어요. 주로 데이터와 관련한 엔지니어, 박사, 사업가 등을 만나며 공부했죠. 해외 연수도 병원 대신 임상시험을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으로 갔습니다. 프로토콜을 짜보고 데이터 관리도 들여다봤죠. 연구원에서 관련 과제들을 하면서 새로 생긴 빅데이터센터 TF에 합류했습니다. 국내 병원 중에 첫 시도여서 꽤 주목받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정보에 대한 인프라, 제도, 인식이 바뀌던 때였어요. 선발 주자가 따로 없어서 우리끼리 궁리하며 다양한 방향을 모색했죠. 다행히 제게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에서 선생님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필요한 지원을 얻는지를 보며 훈련한 경험이 있어서 조금 수월했던 것 같아요. 서서히 원내 데이터 규정이 만들어지고 데이터가 병원의 자산이라는 인식도 싹텄습니다.

 

▲ 2017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디지털헬스포럼에서 토론 중인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오른쪽 두 번째).
▲ 2018년 빅데이터센터 워크숍에서 발표 중인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의료 정보를 통해 시도 중인 변화를 소개해 줄 수 있으세요? 

최근에 제가 속한 실험실에서 응급실 대기 환자의 중증도, 콜 반응, 요일, 병실 상황 등을 종합해 입원 확률을 밝히는 사전 분류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입원 가능 환자를 사전에 예측하면 적절히 환자 치료를 하면서도 일손을 덜 수 있어요. 병상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중환자 치료에도 집중할 수 있고요. 이렇게 병원의 작은 문제부터 데이터를 통해 하나씩 변화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데이터 중심 행정으로 바뀔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제 역할은 진료, 연구,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해결 방안들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설득하는 겁니다. 

 

리더 세대가 되면서 또 다른 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나 기술 관련해서는 잘 알지만 센터장으로서 필요한 연구 행정 네트워크가 부족했을 때예요. 서울아산병원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님께서 많은 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우리 연구원의 빅데이터 분야는 김영학 교수가 맡고 있으니 앞으로 저 말고 이분과 이야기해 주세요”라며 제게 힘을 실어 주셨어요.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주는 리더십이 정서적인 지원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이런 것이구나! 많이 배웠죠.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하다 보니 요즘은 일이 많아도 즐거워요.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발전적인 곳에서 훌륭한 멘토들을 만났습니다. 제 나름대로 노력하며 원하는 걸 찾아 나서는 도전이었지만 운 역시 따랐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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