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뜨거운 물에 이 시리면 신경치료 필요 2022.08.02

치과 김미리 교수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건강한 치아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오복 중의 하나로 중요시 여겨왔다. 개인차가 있지만 영구치는 대략 만 12세에 다 나와서 일평생을 사용하게 된다. 최근 임플란트의 발전으로 치아 상실 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임플란트도 영구적이지 않고 다른 부작용도 있어서 자연치아 장기 보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8년에 개봉한 오래된 헐리우드 영화 ‘마라톤맨’에서는 영화 속 악당인 치과의사 나치가 고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치아 마취를 하지 않고 핸드피스로 치아를 갈아내버리는 끔찍한 장면이 나와 많은 관객들에게 ‘치과 공포증’을 후유증으로 남기기도 했다. 치통은 여성들의 산통과 더불어 무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가끔 심한 치통으로 밤새 고생하다가 응급실이나 치과 외래로 내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심한 급성 치수염이나 치근단 농양의 경우 상비약 진통제만으로 해결이 안되기도 하고 질환의 치료를 위하여 치아의 근관치료(신경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흔히 신경치료라 부르는 치과 처치는 엄밀히 말해 신경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근관치료(신경치료)란 치아가 치아 우식증(충치), 치아 파절, 심한 마모 및 교모, 기계적 화학적 손상, 주위 조직의 심한 염증 및 물혹, 종양 등으로 인해 치아 내부 신경, 혈관조직을 함유한 치수의 질환이 발생하거나 치아 뿌리 끝인 치근단 부위에 질환이 생긴 경우 시행하는 치료다. 손상되거나 감염된 치수를 방치하면 세균의 유해 작용으로 통증이 생기고 염증이 뿌리 끝을 통해 주변 조직으로 퍼져 농양이나 물혹 등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결국 치아를 빼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치아는 법랑질, 상아질, 백아질이라는 경조직 안에 치수강과 근관이 존재하고 그 속에는 연조직인 치수 조직이 있다. 근관치료는 치수강, 근관부의 감염된 치수 조직과 남아있는 감염 조직을 기계적·화학적으로 제거 및 소독하고, 근관부의 오염이 모두 제거되면 비어있는 근관과 치수강 내부를 근관 충전 물질로 완전히 밀폐하여 근관이 다시 감염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근관치료의 성공률은 약 53~94%로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치료 성공률에는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근관의 복잡성으로 인해 치과의사의 숙련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관치료 기간은 3~7일 간격으로 2~5회 이상 걸리지만 경우에 따라 당일에 치료를 완료하기도 하고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근관치료의 종류에는 우리가 흔히 신경치료라고 부르는 비외과적 근관치료가 있고 치근단 절제술이나 재식술 같은 외과적 근관치료가 있다.

 

 

차가운 물에 치아가 닿으면 너무 시리다며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치아의 신경치료 여부는 통증의 정도와 치아 치수 조직의 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방사선 검사와 치수 생활력 검사(전기치수반응 검사, 냉온 자극 검사, 마취 검사), 치주 검사 등으로 치수 상태를 진단하여 회복될 수 있는 가역성 치수염인지, 회복하기 어려운 비가역성 치수염인지를 진단하여 비가역성 치수염과 치수 괴사 및 농양의 경우에서 신경치료를 진행한다. 차가운 물에 일시적으로 시린 경우는 가역적 치수염인 경우가 많아 신경치료를 바로 하지는 않으나 뜨거운 물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비가역적 치수염인 경우가 많아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신경치료 도중이나 후에 아프고 불편한 경우가 있다. 신경치료 도중에는 잔존 치수 조직과 기구, 약제의 영향으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치료 도중에는 반대 부위로 음식을 먹어야 하며 기계적 자극을 주지 말고 통증이 있을 경우 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또한 신경치료 완료 후 1~2주 정도 통증이 있는 것은 정상 범주로 여겨 시간이 지나면 많이 좋아진다. 치료 종료 후 장기간 통증으로 불편감이 있는 경우 균열치 증상 등의 실패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재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예전에 신경치료를 했는데 아파서 재신경치료를 문의하는 환자도 많다. 재신경치료는 보통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로 이전 신경치료에 비해 시술 난이도가 높고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치료 과정은 이전 신경치료 충전 물질과 감염 부위를 기계적, 화학적 방법으로 모두 제거하고 소독하여 다시 근관을 충전하게 되나 치아는 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치수강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치질이 삭제되어 치아가 약해진다. 이미 치관부가 많이 손상된 상태에서 치료가 진행되었다면 남은 치질이 많지 않아 충격이나 씹는 힘에 저항하는 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또 신경치료를 하면서 치수가 제거되면 치아의 수분량이 점차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잘 부서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치료 후에는 크라운 등의 적절한 수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복되지 않은 채 사용하다 부러지면 치아를 뽑아야만 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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