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다 2022.09.15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성공사례 계속 만들어나갈 것"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임상시험센터 반준우 소장 인터뷰

 

▲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좌) · 임상시험센터 반준우 소장(우)

 

연구자가 직접 기획하고 시행하는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약회사가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의 효능이 확인되었더라도 다양한 기저 특성을 가진 환자들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등 많은 의학적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센터 반준우 소장과 지난 10년간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을 수행해온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반준우 소장 : 신약개발의 과정으로 수행되는 임상시험은 제약회사가 의뢰자인 반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은 연구자가 의뢰자 역할을 하게 된다.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시험은 대개 새로운 치료제를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한 허가와 시판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그래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을 수행하는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그것만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많은 의학적 질문들이 남아 있다. 바로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자 연구자가 직접 기획하고 책임지는 것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다.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2012년 9월부터 5개 기관을 포함하여 10년간 진행을 주도하고 있는 ‘다약제 내성 B형간염 임상시험’이 훌륭한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의 대표적인 사례다.

 

어떤 연구인지 소개해달라

임영석 교수 : 연구를 시작할 당시 두 가지 이상 항바이러스 약제에 내성 변이를 가지고 있는 B형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환자들이 매우 많았다. 2011년 국내에 도입된 ‘테노포비어’라는 신약은 이러한 약제 내성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는데 그럼에도 전 세계 전문가들은 테노포비어를 반드시 다른 약제와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고, 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역시 이에 맞춰 제시됐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기존의 소규모 연구 결과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테노포비어 단독요법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을 수행하기로 결정하고 2011년 하반기부터 연구 설계, 연구비 확보, 연구 수행기관 및 연구자 선정 등의 준비를 거쳐 2012년 9월 20일 첫 번째 환자를 등록했다. 지난 10년간 진행한 이 연구를 통해 전 세계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바꾸고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할 수 있었다. 환자들이 불필요한 병용 요법을 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부작용 위험을 크게 줄였고,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을 매년 약 300억 원 절감했다. 학문적으로는 이 연구 결과들을 다섯 편의 논문으로 출판했고, 현재까지 총 286회 인용됐다.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임영석 교수 : 테노포비어 단독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삭감이 발생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연구팀은 이미 2013년에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확인한 상태였는데 병용요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규모 삭감 조치가 내려진 것이었다. 병원 재정만 생각한다면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라서 병용요법을 하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환자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행정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더 좋은 진료를 위한 새로운 근거를 가장 먼저 만들어내고 적용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적정진료팀과 협의해서 이의신청을 통해 대부분 환수 받긴 했지만 당시 재정적 손실을 무릅쓰고 연구자들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서울아산병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우리 연구 결과를 수용해서 다약제 내성 B형간염 치료에 테노포비어 단독요법을 인정하는 것으로 2017년에 개정고시됐다. 현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의사들이 병용요법을 하지 않고 있다.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반준우 소장 : 우리 병원이 세계적으로 더 높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병원으로 인정받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이 어떤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요 클리닉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전 세계 의료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의학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늘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이요 클리닉은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더 나은 방법인지 모르는 경우 즉시 임상연구를 통해 잠정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이를 검증하는 상시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 병원도 의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연구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임상시험을 통해 근거를 생성하여 더 많은 표준 진료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우리 병원은 의학적 근거 생성에 유리한 조건인 ‘국내 최대 규모’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역량 높은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준 높은 인프라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우리 병원의 미래 역시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영석 교수 : 현재의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 병원 구성원들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진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선진국 수준을 빠르게 따라 잡았다. 하지만 진료를 잘 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병원의 미션을 완수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가장 먼저 가장 좋은 진료를 입증하여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알려주는, 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우리가 만드는 위상으로까지 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연구의 전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임상시험센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준우 소장 : 임상시험센터는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3월 ARO(Academic Research Office) 유닛을 신설했다. 국제 표준에 맞는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ARO 인력 증원, 전문적인 모니터 요원(CRA) 국가자격증 취득,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을 위한 간담회 진행 등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요양급여 절차, 규제기관 업무 절차 등을 매뉴얼로 만들어 원내에 공유하고 있고, 신진 연구자들의 임상시험 경험 증진 및 성장을 돕기 위한 연구원 정책 과제도 준비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센터는 앞으로도 우리 의료진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와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데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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