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소통에서 답을 찾다 2022.11.21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안승도 교수

 

▲ (좌) 1995년 3차원 입체조형치료 심포지엄을 마치고 기념촬영(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안승도 교수). (우) 2001년 환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안승도 교수.

 

1992년에 레지던트로 입사한 안승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가 처음 배출한 교수다. 그 뒤에는 험난한 여정이 숨어 있다. 오랜 노력과 인내 끝에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의 학과장으로,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정보센터의 책임교수로 활동하면서 그때그때 가졌던 진솔한 고민과 해결 과정을 들려주었다.

 

레지던트부터 시작해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의 중추 역할을 맡아 오셨죠?

1990년대 초반에는 방사선종양학과의 레지던트 지원이 원체 적고 병실까지 운영해서 할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들어오는 레지던트마다 금방 그만두는 바람에 혼자 전전긍긍했죠. 낮에는 진료를 보고 콜이 오면 병실에 올라갔다가 밤에는 당직을 서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더구나 30~40명의 입원환자가 각 병동에 흩어져 있어서 회진을 돌 때마다 2~3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직을 6년간 서다가 펠로우 2년차가 됐을 때 과장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죠. 지금 인력으로 모든 환자를 끌고 가면 사고가 날 수 있고, 점점 인재가 들어오기 힘든 구조가 될 것 같다고요. 다행히 1990년대 말에 방사선 치료와 관련된 수가가 현실화되면서 최신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병실 운영도 중단되었습니다. 레지던트도 그 시점부터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1999년에 교수 발령을 받았는데 ‘레지던트 8년차’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제 담당 레지던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음해에 레지던트가 배정됐을 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문제는 한 달 만에 의약 분업이 일어나는 바람에 또 6개월 간 공석이 됐죠(웃음). 저까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과 조금만 버티면 될 거라는 기대로 보낸 10년이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의 중추 역할로 모든 발전 과정을 경험하셨겠네요.

하루에 60~70명이던 환자 규모가 지금은 600~700명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 과는 3차원 방사선 치료,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 4차원 방사선 치료 등 최신 장비와 치료 기법을 가장 먼저 도입하고자 애썼습니다. 그리고 실력과 인성을 우선해 다양한 인재를 뽑은 것도 장기적인 발전 요소가 된 것 같아요. 긍정적인 경쟁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죠. 무엇보다 방사선종양팀과 의학물리지원실, 간호팀, 의료진의 합이 잘 맞았습니다. 최선의 치료가 모두의 목표였기 때문에 새벽 3시까지 치료가 이어져도 잘 견뎌줬어요.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 (좌) 2013년 암환자 공감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안승도 교수(왼쪽 첫 번째). (우) 2019년 암병원 자원봉사자 정기 간담회 후 기념촬영. 가운데가 안승도 교수.

 

구성원 간의 단합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 요소가 있을까요?

소통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래야 협조가 가능하고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죠. 학과장을 맡는 동안 회식은 방사선종양학과 전원이 함께 한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70~80명 규모여서 회식 일정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모두가 치료를 앞당기며 준비했습니다. 회식이 직종 간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직하는 직원들에게 책 한 권을 골라 메시지를 적어 선물했습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꾸준히 하고 계신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정보센터의 책임 교수를 6년간 맡으면서 의사로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명상, 꽃꽂이, 미술 등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부분이 방사선 치료 환자들이었습니다. 몇 주간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오는 김에 신청하는 거죠. 수술과 항암을 거쳐 방사선 치료까지 하게 된 상황에서 많은 환자가 우울감을 보입니다. 그런데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치료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그렇다고 갑자기 암세포가 죽는 건 아니지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는 회복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의사의 역할이 진료실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매년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통합진료팀 교수님들과 나비넥타이를 매고 연주와 노래도 했네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일까요?      

서울아산병원의 초심이 뭘까 생각해 보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불필요한 것을 과감하게 없애는 노력과 미래에 대한 투자가 사람을 향해 있는 점인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을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확률을 높여야 발전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리 각자가 가져야 할 초심이고요.  

세대 간의 벽도 있지만 저는 저를 먼저 오픈하는 것으로 극복하려고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 이야기해 봐. 들어줄게’라는 자세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창피한 일, 고민했던 일들을 먼저 털어놓으면 상대방도 공감하고 신뢰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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