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24시간 빠르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한 이유 2023.02.02

진단검사의학팀 강다영 대리·강민구 사원

 

 

매일 8시간씩 300여 명의 환자를 채혈하고 있습니다.

 

채혈 경력 12년의 임상병리사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6시. 채혈 유닛의 강다영 대리는 채혈 전용 카트와 함께 진단검사의학팀을 나선다. 병동에서 환자들을 채혈하는데 새벽부터 잠을 깨웠다며 역정을 내는 환자도, “집에서 키우던 닭이 낳은 건데…”라며 계란을 쥐여주는 환자도 만난다. 예정된 병동 업무가 끝나면 신관 1층 채혈실로 가서 외래환자 채혈을 시작한다.

12년 전 채혈실에 처음 배치됐을 때는 부담이 컸다. 임상병리학을 전공하고 면허증까지 획득했지만 처음 마주하는 사람의 팔에 바늘을 넣으려니 덜덜 떨렸다. 특히 오랫동안 치료받은 중증 환자들은 팔의 혈관이 약해지고 잘 보이지 않아 손등, 발등, 목 등에서도 혈관을 찾아 채혈해야 했다. 틈틈이 가족과 친구들을 붙잡고 혈관 찾는 연습을 했다. 그때부터 TV를 보거나 버스에 타면 사람들의 혈관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 (좌) 강다영 대리가 채혈실에서 외래환자 채혈을 하고 있다. / (우) 강다영 대리가 91병동에서 채혈 업무를 하는 모습.

 

숙련된 기술과 컨디션 관리로 환자 만날 준비를 합니다.

 

1분을 위한 일상과 진심

‘예전에 병동 창가 자리에 계셨던 분?’ 어딘지 낯익은 팔을 마주했다. 신입 시절,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나는 왜 채혈을 잘 못할까?’ 망연자실하게 만든 환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단번에 바늘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제 혈관이 찾기 힘들다고들 하던데 선생님은 잘하시네요!” 강 대리를 기억할 리 없는 환자의 칭찬에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다음 달부터 소아 채혈을 담당한다. 그 기간에는 되도록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아기들의 혈관이 워낙 가늘기도 하지만 병원 생활을 오래 한 아이들은 팔만 만져도 울기 시작한다. 울다가 토하거나 청색증이 오기도 해서 지켜보던 부모에게 눈물이 번진다. 그래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채혈을 끝내겠다는 각오다.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불과 1~2분. 임상병리사로서 그 순간에 모든 일상을 맞추며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다.

 

언제든 응급 검사가 가능하도록 검사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야간신속검사실의 밤

오후 5시 30분. 조금 한산해진 병원에 임상화학 유닛의 강민구 사원이 들어선다. 지난해부터 주말이나 명절 구분 없이 교대로 진단검사의학팀의 밤을 지키고 있다. 5명의 임상병리사가 접수와 응급화학 검사, 혈액가스 검사, 응급혈액 검사, 체액 검사를 나눠 맡는다. 체액 검사용 슬라이드를 보며 암세포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찾는 중에도 병동의 추가 처방과 검체는 계속 내려온다. 응급실에서도 신속 검사 요청을 수시로 보낸다. 갖가지 업무의 순번을 정하고 챙기느라 머릿속이 분주하지만 잠시라도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된다. 진단검사의학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도관리는 장비나 환경 요소뿐 아니라 작업자의 숙련도를 포함하고 있다.

‘뭔가 이상한데?’ 순간 데이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정말로 환자의 몸이 안 좋은 것인지, 채혈 과정이나 전처리 과정에서 생긴 이상인지 분간하기 위해 즉시 재검을 진행했다. 데이터만 보고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할 때면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나도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 (좌) 강민구 사원이 체액 검사용 슬라이드를 현미경으로 검사 중이다. / (우) 강민구 사원이 혈액응고 검사장비의 시약을 교체하고 있다.

 

검사하는 검체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다는 걸 실감한 사건이 있었어요.

 

검체의 의미

지난 4월, 강민구 사원의 어머니가 패혈성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온 적이 있다. 그날 다루는 검체 중에 어머니의 검체도 포함돼 있었다. 어머니의 검사 데이터를 확인하는 순간, 글자의 빨간색만 눈에 들어왔다. 수치상으로 생명이 위독한 수준이라는 의미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다행히 어머니는 빠른 치료 끝에 회복할 수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실력 있는 병원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러워. 그런데 지금도 그때 네가 느꼈을 충격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라며 어머니는 오히려 강 사원을 걱정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임상병리사로서 확실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검체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가족이고 검체마다 기나긴 사연을 담고 있었다. 평소에 작은 수치의 차이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배워왔다. 그래서 늘 신중하게 업무에 임하긴 했지만 그 말의 구체적인 의미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새벽 2시부터 밀려오는 검체 처리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데이 근무자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시계는 벌써 오전 8시를 가리켰다. 매일의 업무 목표는 간밤에 요청 온 검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인계하는 것이다. 오늘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기분 좋게 퇴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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