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더 글로리'처럼 우리 아이가 피해를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요? 2023.03.14

 

 

 


안녕하세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김효원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돌보는 의사인데요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내 아이가 저렇게 괴롭힘을 당하면 어떡하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게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며 아이들의 교우관계와 아이의 감정변화가 더 신경 쓰이는 시기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너무 보편적으로 언어적인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우리 아이들의 학창시절이기도 합니다. 과연 학교폭력 상황이 생겼을 때 부모가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현실에서의 학폭 피해 트라우마

청소년기에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려고 하면서 또래 집단에 심리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따돌림 받거나 괴롭힘 받지 않으려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또 눈치를 보는 모습도 나타나게 됩니다. 이럴 때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소외감, 억울함, 죄책감 같은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두려운 공간이 되고 학교 밖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심장이 빨리 뛰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가해자와 분리가 안 되어서 계속 마주치게 되거나 가해자 및 그 가족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 탓이라고 하는 모습 때문에 2차적으로 상처를 입게 되기도 합니다. 또 이런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피해자가 학교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학폭 피해자의 부모는 어떡해야 하죠?

사실 저는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친구들의 괴롭힘보다도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부모의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거나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가해자의 부모에게 돈을 받고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가 아이(문동은) 때문’이라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도망가는 부모의 태도가 문동은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1.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을 때 우선은 부모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가 불안해서 허둥거리거나 당황하면 아이들은 더욱 더 놀라고 불안해합니다.


2. 혹시라도 아이가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너도 잘못한 것이 있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거나 추궁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부모가 언제나 내 편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차분히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과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정확한 상황과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피해 정도에 따라 가해자와 우리 아이들을 즉시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이가 괴롭힘을 당함으로써 발생하는 소외감, 자신감 저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학폭 피해.. 어떻게 알아챌 수 있죠?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학교폭력과 같은 어려움을 경험할 때 부모에게 빠르게 상의하도록 하려면 우선 부모가 안전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부모가 상처 받거나 혹은 부모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즉 부모가 나 자신(아이)의 어려움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면 아이들은 자기가 힘든 점을 부모에게 상의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모가 “너도 잘못한 게 있다”고 아이를 비난할 수 있을 거라고 느끼게 되면 어려운 점을 말하지 않게 됩니다.

 

학폭 피해로 인한 증상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불면이나 우울, 불안, 감정 기복, 짜증, 공황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를 오히려 더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 변화가 있는지 부모가 평소에 잘 관찰하고 평상시의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부모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만성화되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된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침투 증상,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피하게 하는 회피 증상, 그리고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분이 지속되고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많아지고 또 깜짝깜짝 놀라거나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두통이나 복통, 어지러움 같은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검사를 해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매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자해나 자살시도를 반복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아이가 버릇 없다’든지 ‘꾀를 부린다’든지 ‘꾀병이다’ 이렇게 심각하지 않게 여기게 되면 아이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PTSD를 겪는 아이.. 어떻게 할까요?

만약 내 아이에게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면 우선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겪는 손상감, 무기력감, 우울감,  외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부모가 너를 이해하고 또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려는 주변사람들의 노력은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아이가 느낄 것으로 생각되는 감정을 읽어주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가 자해를 하거나 죽음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됩니다. 죽음에 대해서 부모가 편안한 태도로 물어보면 아이도 그런 마음이 들 때 보다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정도의 어떤 증상이나 자해 충동이 있는 경우 부모가 노력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즉각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새 학기라 마음이 부풀어 있는 아이도 있겠지만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교를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공부입니다. 하지만 또래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학교 적응에 문제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의 담임 선생님도 문동은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죠. 어려움을 겪었을 때 본인을 지지해주고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동은이도 자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학교 적응을 힘들어하고 또 친구관계를 어려워하면 부모의 마음은 무겁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아이의 어려움과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이렇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얘기를 나눈 후에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학교 출석에 대해서 좀 유연한 마음을 가지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개근상을 받는 것이 굉장히 자랑스러운 시대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지각이나 조퇴를 좀 해도 괜찮고요, 학교를 꼭 가야 된다고 이렇게 너무 얘기를 하다보면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우리가 놓칠 수도 있거든요. 아이가 학교를 힘들고 어려워하면 왜 어려운지,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지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격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걱정이 많은 부모님들께

이미 학창시절을 겪어내신 부모님들은 이 어려운 시간들이 다 지나간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죠. 하지만 지금 현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고 또 나는 아무 쓸모없고 의미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끊임없이 가라앉는 감정들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럴 때는 우리가 아이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봐주려고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는 학교와 상의하시거나 24시간 학교폭력 상담 및 신고전화 117의 도움을 받으세요. 그리고 학교폭력과 교우관계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때 저와 같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꼭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해당 콘텐츠 SNS에서 보기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