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격려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간호 2023.06.05

서울아산병원 내과간호2팀 이혜진 대리

 

▲ (좌) 이혜진 대리가 투석 전에 환자의 체중을 재고 있다. / (우) 이혜진 대리가 환자에게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적절한 투석을 진행하며 안전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석 환자 간호

담당 구역에 6명의 환자가 차례로 입실한다. 환자들의 체중을 측정한 후 환자의 신체 사정을 토대로 투석실 담당의와 초여과량을 결정한다. 투석은 2시간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그동안 흡인이나 체위 변경, 배변, 배액관 간호 등은 물론이고 환자의 의식과 활력징후, 기계의 모니터링 수치 변화를 집중 관찰하면서 적절한 처치를 수행한다.

 

인공신장실에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CRRT 치료를 진행한다. 20년 이상 투석을 받아온 환자부터 이제 막 투석을 시작한 환자까지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진 환자들이 하루에 150~200명가량 방문한다. 오늘은 “지금 몇 시예요? 얼마나 남았어요?”라는 말을 30초 간격으로 반복하는 치매 환자에 대응하느라 더욱 분주한 기분이다.

 

 

오래 해도 어려운 일이 있어요. 그렇다고 적당히, 대충할 생각은 없죠.

 

다부진 각오

“바늘이 안 아프게 잘 들어갔네요!” 투석을 위한 혈관인 동정맥루는 환자들의 생명선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이다. 10년 이상의 경력에도 동정맥루 관련 간호 업무를 수행할 때면 항상 긴장하게 된다.

 

삽입 부위를 적절하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평생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혈관 손상이나 지혈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 동정맥루 혈관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꾸준히 찾아야 한다.

 

그래서 매일 다짐한다. ‘대충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말자!’ 한 번에 정확히 하지 않으면 사소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수습하는  데 급급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타협하는 자세를 경계하는 것이 투석 간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좌) 이혜진 대리(오른쪽)가 김규민 주임과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 (우) 이혜진 대리가 투석 중인 환자의 안전라운딩을 하고 있다.

 

 

서툴렀던 제 모습을 기억하는 환자분이 많아요. 함께한 시간 만큼 친밀감을 느끼죠.

 

오랜 인연

2003년 외과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던 때였다. 평소 투석실 선생님들이 중환자실에 와서 왕진 투석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던 차에 부서장님의 제안을 받았다. “투석실로 부서를 이동하는 건 어때요?” 투석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선뜻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투석실은 외래, 일반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중환자실에선 흔한 혈압 수치가 이 곳에선 응급 상황과도 같았다. 또 투석기의 알람이 울리면 혈액 펌프가 작동을 멈춰 몸 밖으로 나온 환자의 혈액이 응고되기 때문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진땀 나는 상황에 매일 대응하면서 투석 간호의 노하우를 익혀나갔다.

 

후배 간호사에게 업무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환자가 “선생님도 이제 고참이 다 됐네요. 어리숙할 때가 있었는데···”라며 웃었다. 투석실에 와 서툴고 실수가 잦던 시절, 잔뜩 긴장한 나에게 “괜찮아요. 천천히 해요~”라며 먼저 다가와 준 환자였다. 나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따뜻하게 응원해 주는 환자들이 있어 이곳에서의 추억도 풍성하게 느껴진다.

 

 

걱정하는 마음에 잔소리가 많아지는 저를 환자분들도 이해해 주시겠죠?

 

애정과 관심이 담긴 간호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 있었다. 즉시 담당의와 투석 중단 여부를 상의했다. 투석으로 인한 불편감이나 부작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중환자의 비율이 크게 늘면서 긴장감도 높아졌다. 그래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오던 환자가 차츰 인공호흡기를 떼고 각종 라인이 정리되는 과정을 보면 힘든 일상이 싹 잊혀진다. ‘치료만 잘 받으면 이렇게 좋아질 수 있구나. 내가 애쓰는 시간도 다 의미가 있겠지?’

 

컨디션이 떨어지고 회복력이 더딘 고령 환자들에게는 틈틈이 안부를 묻는다. 그냥 지나칠 법한 이야기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심장, 혈당, 골절 문제 등으로 연결될 때가 있다. 그러면 보호자에게 연락해 외래 진료를 잡고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식이 조절과 약 복용에 대한 잔소리는 자연스레 늘어간다. “환자분, 또 땅콩 많이 드셨죠? 인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어요.” 오래 만난 환자는 평소 식성과 선호하는 음식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먹을만한 게 없어요. 좋아하는 음식도 못 먹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환자의 넋두리에 순간 마음이 약해지지만 철저한 식단 관리로 삶의 질이 달라진 환자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주말에 식사 일기 꼭 써오세요. 월요일에 제가 확인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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