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팀 이현진 임상병리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보낸 1년 3개월. 오지를 찾아 다니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지 주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해 임상병리사로서 그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진단검사의학팀 이현진 사원을 만나 탄자니아에서의 의료봉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탄자니아로 의료봉사를 떠난 계기는
환자의 진단에 필요한 혈액을 채취하고 검체를 검사하는 임상병리사로서 환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늘 책임감을 느껴왔다. 어느 날 우연히 아프리카의 의료 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 취약 지역이 많고 의료기관 종사자들도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때, 마침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탄자니아로 봉사를 떠날 임상병리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이때다 싶어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합격했다. 온라인 교육, 합숙 교육 등을 거쳐 2022년 11월,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6명의 팀원과 탄자니아로 향했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
탄자니아의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음바갈라 랑기타투 병원의 임상병리실에서 근무했다. 규모는 큰 편이었지만 여건은 열악했다. 청결구역과 오염구역이 구분돼 있지 않아 검체 오염 가능성과 의료진 감염 위험이 컸고, 냉장고 등 설비도 노후돼 시약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원받은 활동비로 파티션을 구입해 검사실 내 공간도 잘 구분하고, 낡은 설비도 최대한 깔끔한 것으로 교체했다. 조금이나마 개선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 현지 임상병리사를 위한 직무교육도 진행했다. 채혈 방법, 미생물 배양법, 감염관리 지침 등을 담은 자료를 제작해 교육하고 실습도 했다. 총 120명이 참가했는데 그중엔 교육을 듣고 싶다며 찾아온 대학생도 있었다. 배우고 싶다는 뜨거운 열정이 인상 깊었다.
▲ 의료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현장에서 기념촬영. (왼쪽) ▲ 현지 임상병리사를 위한 직무교육을 마친 뒤 의료진과 함께. 왼쪽 두 번째가 이현진 사원. (오른쪽)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현지에서 봉사 중인 우리나라 외과 의사 1명, 간호사 2명과 팀을 꾸려 의료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정상 기획안 작성, 의사 및 팀원 섭외, 장소 선정 등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단 2주뿐이었다. ‘주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하고 오자’는 목표 하나로 똘똘 뭉쳐 일정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사흘 동안 1,000여 명의 주민에게 진료와 검사, 간단한 수술 등을 진행했다. 진료소를 찾은 아이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아싼테 사나(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탄자니아에 오길 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의료봉사를 다녀온 뒤 포부는
지난 2월 말 탄자니아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6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채혈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탄자니아 주민들과 의료진을 위해 노력했던 마음과 열정을 이제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동료 직원들을 향해 쏟고 있다. 임상병리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며 환자를 위한 책임감, 동료들을 배려하고 원활히 소통하는 마음으로 근무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