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에 필요한 도움을 앞서 찾으며' 정형외과 김철호 교수 2024.10.08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김철호 교수

 

“젊은 교수님이라 처음엔 불안했는데 수술 후에 흉터 걱정 없이, 금방 옆으로 누워 잘 수 있어 만족해요.” 김철호 교수의 고관절 수술 후기를 보고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전방접근법 인공관절술과 비구 성형술은 많은 장점에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드물어서다. 김 교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다지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앞서 준비하고 있다.

 

환자가 준 확신

김철호 교수는 무혈성 괴사, 고관절 이형성증 등을 치료하며 두 가지 수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전방접근법 인공관절술이다. 피부 절개 후 근육을 째지 않고 근육과 인대를 젖혀 그 사이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기존에 둔부 쪽 근육을 절개하던 것을 앞쪽 전방에 보다 작은 크기로 절개하면서 속옷으로 흉터를 감출 수 있다. “기존의 수술 방식과 비교했더니 수술 후 3개월까지 회복이 빨랐어요. 조기 보행이 가능하면 입원과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죠. 6개월에서 1년이 넘어가면 결과가 비슷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진 않지만 젊은 층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수술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과 확신이 필요했다. 그때 만난 두 명의 환자를 기억했다. “한 환자분은 수술한 바로 다음 날 ‘조금 많이 산책한 정도의 통증’이라고 설명했어요. 또 한 분은 변형이 심해 뼈를 잘라 정렬 교정도 함께 진행했는데 수술 후 첫 회진을 가보니 원내 바자회에 놀러 가고 안 계셨어요. 일주일은 누워있을 거라는 제 예상이 빗겨났죠.(웃음)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에요.”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수술은 고관절 이형성증을 치료하는 비구 성형술이다. 대퇴골두를 덮는 비구가 선천적으로 덜 덮여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 관절염이 진행될 수 있다. 연골이 상하기 전에 골반을 성형하는 비구 성형술은 수도권에서 서울아산병원 외에 진행하는 곳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같은 과 김지완 교수의 도움을 받아 환자 맞춤형 3D 프린팅을 제작하면서 수술할 위치를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치료가 수월해졌다. “어려운 수술 테크닉과 더 많은 수술 시간을 요구하지만 꼭 필요한 수술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환자분들께 인공관절을 하거나 아파도 그저 버티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저를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점점 느는 걸 보면서 자부심과 의욕을 충전하고 있습니다.” 

 

▲ 김철호 교수가 진료하고 있는 모습.

 

 

깊게 파고들어 건져 올린 성과

김 교수는 3년 동안 SCI논문을 50여 편 발표하며 활발한 연구 실적을 쌓아 2024년 대한정형외과학회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한번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은 일하는 데 강점이 됐다. 수술이 적성에 맞아 선택한 정형외과에서 지금은 퇴직한 장재석 교수를 만났다. 오롯이 환자의 질병에만 집중하고 무엇이든 알려주려는 스승을 따라 고관절 분야에 집중했다. 이때 비구 성형술도 전수받았다. 그 후 자리를 옮겨 각종 고관절 수술과 권역외상센터의 중증 외상 수술 경험을 쌓고 2023년 서울아산병원에 돌아왔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고관절 치료를 제공해 드릴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요. 서울아산병원의 풍부한 데이터와 자원을 기반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많습니다.” 그는 엑스레이만으로 골다공증을 진단하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장해 임상에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엑스레이를 찍거나 눈으로 보지 않아도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수술에 연동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 노력에서 시작되는 변화

“안 아프게 해드릴게요.” 고관절 수술이라고 하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그가 자주 하는 말이다. “저도 겁이 많은 편이라 환자분들을 최대한 안심시켜 드리려고 해요.”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전후 과정에 ERAS(Early Recovery After Surgery) 프로토콜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통증 관리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된 연구지원사업을 수행 중이다. 가급적 절제를 최소화하고 근육을 째지 않고 수술하려는 것도 통증과 무관하지 않다. 

 

김 교수는 책상 앞에 ‘수술 전 플래닝, 수술실 나오기 전에 엑스레이 잊지 말자’를 크게 적어 놓았다. “환자를 위한 노력은 사소한 것을 빼먹지 않는 것에서 시작돼요. 때로는 피곤해서, 때로는 익숙해서 ‘이 정도면 되겠지’하고 지나치기 쉽거든요. 하지만 인공관절의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고 사이즈도 환자마다 다릅니다. 수술 효과가 당장은 같아 보여도 15년, 20년이 지나면 차이가 드러나죠. 제 환자분들께 더 오래가는 치료 효과를 약속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김 교수는 환자만 의사에게 고마워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잘 걷지도 못했던 환자분이 수술 후 첫 외래에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들어오실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환자의 삶을 바꾸는 변화를 계속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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