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1월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그날은 운동하러 가던 길이었다.
집에서 나와 몇 발자국 걸었을까? 할머니 한 분께서 주저 앉아 계셨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혹시 한쪽으로 힘 빠지는 느낌은 없으세요?”
(1) 길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1
- 우리는 심정지 상황을 가장 먼저 인지해야한다. 그러니 이것부터 확인하자. ‘의식이 있는가?’ 의식이 있는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가’를 확인하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의식이 없다면 주기적으로 배우는 기본심폐소생술 과정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심정지 상황이 아니라면 추운 겨울날 한가지 응급 상황을 더 의심해봐야 한다. 뇌졸중이다. ‘혹시 한쪽 힘이 빠지나요?’, ‘발음이 어렵지는 않으세요?’ 등의 질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할머님은 잠깐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었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내려가시는 모습이 어쩐지 마음 쓰였다.
며칠 후 또 다른 일이 내게 찾아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순간 ‘어머!’ 하는 소리가 났다. 익숙했다. 누군가 진심으로 놀랐을 때 나오는 음성은 어찌 그리 비슷할까? 응급실에서 많이 들었던 소리라 또 다시 몸이 반응했다.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며칠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의식부터 확인했다. 정확한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지만 힘겨운 소리를 내며 호흡을 하고 있었고 이내 일어나 앉았다. 서둘러 짐을 챙겨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남성을 지하철 밖으로 인도했다. 내 첫 질문은 ‘쓰러진 것 기억나요?’였다.
(2) 길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2
- 의식도 있고 호흡도 있었다. 병원 밖에서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단순하다.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고 의식과 호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119에 신고를 하는 것. 이때 회복 자세라고 불리는 좌측위 자세를 취해주면 더 도움이 된다. 만약, 경련과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면 최대한 주변에 사물이 없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촬영을 해두는 것이 좋다. 경련이 멈추면 기억이 어디까지 있는지, 이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정도만 확인해도 큰 도움이 된다.
남성은 중학생이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잠시 올라왔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119에 신고를 했지만 학생은 연고지에서의 치료를 원했다. 아직 어린 친구가 혼자 낯선 곳에서 이런 일을 겪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을 다시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 길에서 CPR도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길은 아니었지만.
설 연휴에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들어선 찰나 119 대원들이 들어왔다. 이상하다싶어 가보니 심정지 상황이었다. 119 대원이 흉부압박을 하고 있었고 서둘러 다가갔다. 잠시 호흡이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맥박이 없었다.
“계속 흉부 압박 해주세요!”
(3) 심정지 상황이라면
- 의식 및 호흡이 없어 심정지임이 확실하다면 119에 신고를 하고 흉부압박을 시행해야한다. 우선 꼭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자. 생각보다 이 부분이 힘들다. 흉부 압박을 할 때에는 급한 마음에 너무 빠르거나 세게 누르지 않게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완’에 있다. 강하게 압박 후 충분히 이완이 되지 않으면 혈류가 뇌로 적절히 공급이 되지 않는다.
곧이어 다른 119대원들이 도착했고 나는 응급실 간호사임을 밝히고 처치를 도왔다. 다행히 두번의 흉부 압박 후 환자의 맥이 돌아왔다. 서둘러 구급차까지 인도했고 환자는 응급실로 향했다.
이 모든 일이 1월 한달 동안 내게 있었던 일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느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응급실 안에서 나는 그들의 담당 간호사이지만,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오히려 나는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길가에 앉아있던 할머니, 지하철에서 쓰러져있던 중학생, 그리고 심정지가 왔던 시민도, 많은 케이스의 환자를 접하는 응급실 간호사가 아니었다면 나 또한 남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응급실에서의 경험이 내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빛이자 빚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응급간호팀
김윤섭 주임
응급간호팀 김윤섭 간호사는 2019년부터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위급한 순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빠른 대처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누구나 긴급할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와 함께 응급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