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 환자에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상황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아가며 보람을 느꼈지만 때로는 힘든 점도 있었다.
어느 순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아카데미운영팀에서 진행하는 회복탄력성 교육을 수강했다.
수업에 참여하기 전 먼저 회복탄력성 지수를 측정했다. 회복탄력성은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힘이다. 측정 결과 나는 회복탄력성이 좋지 않은 편에 속했다.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점수를 공유하고 회복탄력성에 대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핵심은 긍정적 정서 함양으로, 사건-신념-결과 구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모든 일이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사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이 수업의 핵심이었다.
조별로 모여 앉아 질문이 적힌 카드를 뽑고 질문이 제시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어떻게 회복했고 이겨냈는지 경험을 공유했다. 그다음 회복탄력성 이론에서 제시하는 주요 방법인 ‘감사하기’와 ‘운동하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원들끼리 각자 회복했던 경험을 나눌 때 나온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인상깊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습관의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사 혹은 운동 같은 방법이 습관이 되면 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바라보게 되며 결국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교육 이후 유난히 지치는 날에는 하루 동안 내가 잘한 점, 감사한 점을 계속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감사 일기를 적기도 했다. 병원에서 끊임없이 환자에 대해 생각하고 글자를 적던 순간에서 벗어나 나에 대한 점을 한두 줄 적으면서 조금씩 힘을 얻고 내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까운 아차산을 오르기도 하고 올림픽공원을 달리기도 했다.
병원 안의 나로부터 벗어나 병원 밖의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환자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오로지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가 환자라는 사람 자체에게 다가가려 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오늘 마음은 어떠한지, 몸의 상태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오늘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지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 환자를 단순히 환자로 보는 것을 넘어서 환자 ○○○님에게 다가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회복탄력성 수업을 듣고 병원 밖의 나에게 더 집중하는 일은 뜻밖에도 병원 안에서 환자에게 더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됐다.
감사하기, 운동하기와 같은 회복탄력성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가진 동료들이 많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회복탄력성 교육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