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도서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직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책을 얼마나 좋아하길래 사서가 되신 거예요?”
“사서가 되려면 어떤 전공을 해야 하나요?”
그럴 때마다 살짝 웃으며 대답하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사서라는 직업이 이렇게 생소하구나’ 싶을 때가 많다. 사실 많은 사람이 사서라고 하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대출·반납 업무를 보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입사 초기에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겉보기나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도서관 사서라고 하니 오히려 묘한 매력이 있어요.”
그만큼 사서는 대중에게 고정적으로 인식되는 이미지가 있다.
사서가 되려면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2급 정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헌정보학을 딱딱하게 정의해 보자면 ‘도서, 자료, 디지털 정보 등 다양한 정보 자원을 수집·분석·조직·관리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고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사서의 진짜 역할과 핵심은 따로 있는 것 같다.
▲ 서울아산병원 의학도서관
도서관은 ‘정보’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며 사서는 그 연결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누가 도서관을 찾는지,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또 어떻게 제공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의학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서비스가 요구된다. 의학도서관을 이용하는 고객은 병원의 임직원과 연구진이다. 이들은 환자를 치료, 검사, 간호하고, 의학 연구를 수행하며, 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최신 의료 정보, 연구 활동을 위한 학술 자료,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연구 지원 서비스 제공이다.
예를 들어 한 연구자가 최신 논문을 찾을 때 우리는 관련 자료를 빠르게 찾아 제공한다. 또 의료진이 연구할 때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돕거나 논문 작성에 필요한 정보원 제공, 주제 정보 검색, 개인 및 조직의 연구 업적을 분석해 정리하고, 참고 문헌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순히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의학도서관의 역할은 연구 지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환자를 돌보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그들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전문 서적뿐 아니라 힐링을 위한 에세이, 자기 계발서, 문학 작품 등 다양한 도서도 함께 제공하는 이유다.
아산의학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책이 있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하여 의학도서관의 고객인 병원 임직원에게 삶과 업무에 가치를 더하는 데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아산의학도서관
신의수 유닛 매니저
신의수 유닛 매니저는 서울아산병원 의학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학도서관이 단순한 자료 보관소를 넘어, 최신 의학 지식을 탐색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의학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의료 연구와 학습을 돕는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