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포크랄을 아십니까? 2025.04.30

 

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3년 차. 하지만 지금도 진정검사를 위해 포크랄을 준비할 때면 늘 조심스럽고 긴장하게 됩니다.

 

포크랄 시럽은 소아 진정치료에서 사용하는 경구용 약물입니다. 달콤한 향이 나지만 막상 복용한 아이들은 한결같이 "맵다"고 표현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위장장애 증상입니다. 흔히들 ‘오심’이라고 표현하는 토할 것 같은 느낌을 유발하죠. 실제로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소아 진정치료 전담간호사로 일하게 되어 좋은 점은, 진정 동의서를 설명할 때 복용 난이도가 최상인 포크랄에 대해 보호자에게 자세히 안내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 번 진정치료를 경험한 보호자들은 포크랄 복용이 아이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기억하기 때문에, 아이가 성장할수록 포크랄 복용에 대한 부모님의 우려도 함께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의 생애 첫 진정검사에서 포크랄을 복용할 때 평소와 너무 다른 아이의 모습에 보호자들이 많이 놀라고 마음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에 비타민 사탕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투약설명문에 ‘포크랄을 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용이하다’는 문구가 있지만, 금식 중인 환아는 주스를 마실 수 없죠. 또 진정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식은 꼭 필요합니다. 치료가 끝나면 먹을 수 있다는 위로와 함께 비타민 사탕을 손에 쥐어주면, 아이는 애틋한 눈빛으로 사탕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약을 꿀꺽 삼킵니다.


포크랄은 참 신기한 약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두세 살 아이들은 좀처럼 약을 삼키지 않으려 하지만, 오히려 더 어린 생후 수개월의 영아들은 금식의 효과인지 경구용 주사기를 쪽쪽 빨며 잘 먹습니다. 물론 다 먹고 난 뒤에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거나 평소 좋아하던 공갈젖꼭지를 밀쳐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약을 다 먹으면 저는 손을 흔들며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부모님 품에서 한숨 푹 자면서 치료 잘 받고 와!”


진정 시 경구 약물이 주사보다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되지만, 어떤 약물이든 위험성은 동일하기에 치료 과정에서 활력징후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맛없는 약을 먹이고, 산소포화도와 심전도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은 진정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작지만 가장 중요한 간호임을 다시 떠올립니다. 아이들이 포크랄 시럽을 잘 먹도록 도와주며 모든 치료 과정에 협조해 주시는 보호자들께도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린이병원간호팀
박정희 차장

박정희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간호팀에서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며 소아환자의 진정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린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돌봄을 제공합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의 역할을 소개하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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