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칼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그게 뭐죠? 2025.05.07

 

 

보호자가 없는 환자와 업무용 널싱 카트를 두고 환자 앞에 앉아있는 간호사. 일반적으로 ‘병실’ 하면 떠오르는 그림과는 영 딴판인 모습입니다. 보통 간호사는 병실에서 환자 상태를 보고 나면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업무를 하는 모습이 떠오르지요.

 

하지만 제가 일하는 101병동은 상시 환자 옆에 있는 간호사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간호사가 환자의 치료 과정을 위해 투약, 처치, 간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움직이기 힘든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부축과 보조를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환자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을 서울아산병원 뉴스룸을 통해 보여드릴까 합니다.

 

▲ 김치호 간호사가 근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101병동) 모습

 

저는 서울아산병원 서관 10층에 위치한 101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김치호 간호사입니다. 101병동은 대장항문외과와 간이식담도외과 두 진료과의 환자들이 오시는 곳입니다. 외과 병동이기에 수술을 위해 입원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101병동은 우리 병원 최초로 일반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전환된 곳이기도 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의료법 제4조의 2에 따라 보호자의 간병 부담 해소를 위해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고 의료진에 의해 포괄적으로 제공되는 입원 서비스를 말합니다. 법령인지라 말이 좀 어렵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보호자가 없는 입원 병동’입니다. 보호자로 있을 가족이 없거나 피치 못할 이유로 내원하지 못할 때, 혹은 본인이 원할 때, 환자 옆에 상주하는 간병인이나 가족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병 지원인력이 한 팀을 이루어 간호와 돌봄을 제공하는 병동입니다. 이를 위해서 간호사당 환자 수를 일반 병동보다 적게 배정해 질 높은 간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를 대신해서 제공한다는 포괄적인 서비스는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제공되는 것일까요?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조금 어렵지만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란 평소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 동작들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침상 안에서 움직임이 가능한지, 침대에서 밖으로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지, 화장실 이용 등을 환자가 혼자 힘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7개의 항목(이동, 체위 변경, 식사 보조, 배변/배뇨, 개인위생, 옷 입기, 지시 이행 및 정서 상태)으로 나눠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지, 혹은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요.

 

물론 환자의 상태는 매번 다르기 때문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간호사들은 매일 환자에 대한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환자 본인의 기본 간호 요구도 또한 파악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이동이나 식사 보조에 대한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면, 병동에서는 이에 대해 이동 보조나 병동 내 운동 보조, 식사 시 보조 등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외과 병동이기에 수술한 환자분의 경우에는 수술 당일이나 다음날에 병동 간호사가 해드릴 수 있는 대부분의 기본 간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대해 “나 혼자만 봐주면서 시키는 건 다 해준다더라” 라며 오해를 하시는 환자분들도 계셨습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목적은 환자의 치료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위한 것이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님을 항상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원 시에도 빠른 회복을 위해 가능한 부분은 환자 스스로 해야 하며,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위한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저희도 간호를 제공하는 데 신이 난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 처럼요.

 

병동이 전환된 초창기에는 간호간병통합 서비스에 대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물음표를 달고 오셨어요.

 

“내가 수술하는데 정말 아무도 없어도 될까?”

내가 아프고 힘든데 옆에서 수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된다고?”

간호사가 뭘 알아서 가족을 대신 하겠어?”

 

물론 보호자 역할 역시 환자 회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101병동에서는 의료진이 보호자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며 환자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이 환자분들께 잘 전해졌는지 최근에는 외래에서부터 간호간병 병동에 입원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해 주시는 환자분들도 정말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의문과 불안의 물음표 대신, 가족들 걱정 없이 치료 잘 받고 퇴원하겠다는 확신의 느낌표를 달고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병동 간호사 중 하나인 저도 작은 기쁨과 자긍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보호자 대신 환자 곁을 지키면서 ‘같이’의 가치도 함께 깨닫습니다.

 

앞으로 서울아산병원 뉴스룸에서 칼럼 연재를 통해 제가 근무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여러 소회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병원간호1팀
김치호 대리

김치호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보호자 없이 환자들이 최상의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이곳에서, 그는 환자들과의 병원 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상적인 병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병동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들, 그리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간호에세이를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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