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 심근병증은 좌심실 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 약 500명 중 1명꼴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최근 무증상 환자의 조기 발견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근 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며 가족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전자 이상이나 가족력이 확인되지 않는 비가족성 환자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등 다양한 발생 경로와 표현형을 갖는다.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병의 경과는 어떤가요?
상당수 환자는 무증상 상태로 발견되지만 일부에서는 운동 중 실신이나 돌연심장사로 처음 진단되기도 한다. 수십 년간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다가 심장 수축 기능이 저하되는 말기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좌심실 유출로 폐쇄다. 수축기 동안 승모판 전엽이 비후된 중격 쪽으로 끌려가면서 혈류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가슴 답답함, 운동 중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폐쇄가 없는 경우에도 심근 이완기 장애나 부정맥,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근이 단단해지고 유연성을 잃게 되면 좌심실로 혈액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이완기 기능 장애가 발생하며 운동 시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또한 심방의 수축 기능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해 심방세동이 발생할 경우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심근 허혈, 승모판 역류, 운동 중 혈압 반응 이상을 동반하는 자율신경 기능 이상 등도 다양한 임상 양상을 설명하는 요소다. 결국 비후성 심근병증은 단순히 ‘심장이 두꺼워지는’ 질환이 아니라 복합적 이상이 얽혀 다양한 임상 경로를 통해 진행하는 질환이다.
어떻게 진단하나요?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은 심장초음파 검사로 시작한다. 성인의 경우 고혈압이나 대동맥판협착증 없이 심장 벽의 두께가 15mm 이상이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병적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라면 13~14mm라도 진단을 고려한다. 심장 벽 두께를 나타내는 표준값(Z-score)이 2 이상이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본다. 심장초음파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은 심장 MRI검사로 보완할 수 있다. 이는 국소 비후, 심근섬유화, 심내 구조 이상 등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필요에 따라 유전자 검사도 시행해 근육 수축과 관련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병적 변이 유무를 확인한다. 유전자 양성 환자에서는 심장초음파상의 비후가 나타나기 전부터 가족 단위로 추적 관리가 가능하다.
어떻게 치료하나요?
비후성 심근병증의 치료는 폐쇄 여부, 증상, 돌연사 위험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 정기적인 추적 관찰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나 유증상이거나 유출로 폐쇄가 있다면 약물 치료가 우선 시행된다. 약물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며 유출로 압력 차가 일정 범위 이상인 경우 중격절제술이나 중격 알코올 색전술과 같은 침습적 중재가 고려된다. 부정맥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를 삽입해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심근 수축 과다가 비후성 심근병증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표적 치료제인 마이오신(Myosin) 억제제가 개발됐다. 정상 심근에서는 마이오신과 액틴(Actin)이라는 단백질이 교차결합 돼 균형을 이루지만 비후성 심근병증에서는 이 교차결합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비후, 이완 장애, 폐쇄를 유발한다. 마이오신 억제제는 근육 수축에 필요한 에너지 생성을 줄여 교차결합 수를 줄이고 심근 수축력을 정상 범위로 조절한다. 특히 기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수술 없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비침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박출률 저하 위험이 있어 정기적인 심초음파 모니터링과 약물 용량 조절이 중요하다.
생활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후성 심근병증은 맞춤형 치료와 관리 덕분에 장기 예후가 매우 좋아졌다. 현재 적절한 관리 하에 심장 관련 사망률은 연간 0.5% 미만이며 정상 기대수명에 근접한 삶을 살 수 있다. 가벼운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이롭고 일상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심장 기능, 폐쇄 여부, 부정맥 위험도 등을 고려한 운동 계획이 필요하며 탈수, 과도한 스트레스, 과음은 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연, 절주, 규칙적 수면 유지와 같은 기본적인 심장 건강 수칙도 매우 중요하다.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심전도, 필요시 MRI검사를 통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가족력이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선별 검사도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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