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칼럼] 목소리에는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생애주기별 목소리 변화와 관리법 2025.06.04

 

“목소리도 나이가 들면 변하나요?”

치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정답은 “그렇습니다”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단순한 의학적 궁금증을 넘어 우리 삶에 깊이 연결된 목소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목소리를 통해 아이의 성장을 체감하고 어른의 하루를 짐작하며 나이 든 부모의 삶의 흔적을 느끼기도 한다. 목소리는 나이, 건강, 감정, 심지어 삶의 이력까지 담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내는 첫 울음소리는 전 세계 어디서든 놀라울 만큼 비슷하게 들린다. 아기의 초기 울음소리는 공기의 흐름, 성대의 진동, 근육의 움직임 등 기본적인 생리 구조에서 비롯된 반사적인 호흡 반응이다. 폐에 공기가 처음 들어가면서 성대와 호흡 근육이 반응해 울음을 만들어내는 이 순간은 성별, 인종, 출생 국가에 관계없이 유사한 주파수와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생후 며칠이 지난 이후에는 울음소리 안에 모국어의 억양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2009년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어권 아기는 음의 높낮이가 점점 올라가는 억양을, 독일어권 아기는 내려가는 억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태아가 자궁 속에서 엄마의 억양 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유아기의 목소리는 짧고 얇은 성대 구조로 인해 일반적으로 고음역대를 보인다. 여아는 약 300~400Hz의 음역대를 보이고 남아는 그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신경계와 조음 기관이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말소리가 어눌하게 들릴 수 있으며 흉식호흡이 주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 또래보다 말이 늦거나 발음이 어긋난다면 조기 언어 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

 

사춘기를 지나면 성대의 성장과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달라진다. 남성은 약 100~150Hz, 여성은 200~250Hz로 안정된 음역을 가지게 되고 이 시기부터 사회적으로 신뢰를 주는 목소리의 기초가 형성된다.


성인의 목소리도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거나 무리하게 되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과도하게 업무를 하거나 장시간 음성을 사용하게 되면 목에 피로가 쌓이고 목소리의 질이 점차 떨어진다. 특히 교사, 상담사, 의료진 등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군은 목소리 손상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발성 습관을 점검해야 하고 적절한 휴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 목소리에도 변화가 온다. 성대 근육은 위축되고 점막은 건조해지며 호흡 근육 역시 약화된다. 이로 인해 목소리는 작아지고 떨림이 생기며 말의 끝이 흐려지고 전달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노인성 음성장애’로 분류되며, 삶의 질과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가벼운 발성 훈련과 호흡 운동만으로도 목소리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성대 근육을 유지하고 건조함을 예방하며 정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노년기 목소리 건강의 핵심이다.


목소리는 단지 말을 전달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전하고 관계를 맺고 나를 표현하는 삶의 도구이다. 어린이의 부정확한 발음, 직장인의 쉰 목소리, 노인의 떨리는 말소리 모두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생애주기별 목소리의 특징을 알고 그에 맞는 습관과 훈련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더 오랫동안 더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목소리는 삶을 닮아가고 있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안대성 발성치료사는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목소리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으며, 이번 뉴스룸 칼럼을 통해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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