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칼럼] 열사병? 일사병? 더위 속 쓰러짐, 모두 열사병은 아니다 2025.07.02

 

한겨울 응급실에 내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환자군은 뇌졸중이다. 그렇다면 한여름은 어떨까?

 

이 환자군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급격히 줄었다가 최근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환자가 내원하면 응급실은 온통 알 수 없는 신음소리로 가득 찬다. 의식 수준이 떨어지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바로 ‘온열질환’에 걸린 환자다. 

 

문제는 올 여름이 예년보다 더 빨리 시작되고, 더 강한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고온 환경에서 발생하는 온열질환의 증가에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야외 러닝과 자전거 타기, 하이킹 등 야외 활동이 유행하면서 실외에서 장시간 머무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열로 인한 응급상황, 특히 운동 중 쓰러지는 등의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쓰러졌다고 해서 모두가 ‘열사병’은 아니다.

온열질환은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사병’ 등으로 분류된다. 2023년 기준 열탈진(흔히들 일사병으로 알고 있는)이 국내 전체 온열질환의 약 56.7%를 차지해 가장 흔했다. 열사병은 약 17.5%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예후가 매우 나쁜 상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열탈진이 아닌 열사병이다. 

 

그렇다면 열탈진과 열사병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열탈진은 땀은 많이 나지만 오히려 피부는 차갑고 축축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체온이 많이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열사병은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고 오히려 땀 분비가 적다. 체온은 거의 40도를 웃돈다. 그렇기에 열사병은 열탈진과는 응급의 정도가 다르다. 심지어 뇌 기능 이상(의식 혼미, 이상 행동, 발작 등)이 동반되는 치명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길에서 혹은 운동 중 누군가 쓰러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래는 상황에 따른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처법이다.

 

(1) 열탈진이 의심된다면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휴식을 취한다. 물 섭취로 수분을 보충한다. 수분 섭취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자. 

 

(2) 열사병이 의심된다면

즉시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시원한 장소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에 물을 적셔 부채질을 해준다. 선풍기가 있다면 더 좋다. 얼음이 있다면 목, 겨드랑이 및 등에 대어준다. 환자의 의식이 있는 상태라면 체온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3)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은

- 의식이 없거나 흐린 환자에게는 절대 음료를 마시게 하지 않는다.
- 의식이 명확한 경우에도 구토하거나 삼킬 수 없는 상태라면 물을 주지 않는다.
- 해열제(타이레놀 등)를 임의로 투여하지 않는다. 출혈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4)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운 여름에 운동할 때는 최대한 일출 전 이른 시간대를 이용하자. 그리고 수분을 충분히 자주 섭취한다. 중요한 점은 갈증이 나지 않아도 미리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염주의보, 경보의 경우엔 외출 시 양산이나 모자를 챙기자.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외출하자.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위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쓰러진다면 그냥 단순 탈진일 수도 있지만, 열사병으로 이어질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온열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구별 능력과 대처법, 그리고 예방 수칙만 숙지해도 응급상황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미리 알고 대비해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을 만끽하자.

응급간호팀
김윤섭 주임

응급간호팀 김윤섭 간호사는 2019년부터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위급한 순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빠른 대처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누구나 긴급할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와 함께 응급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할 예정입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