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칼럼] 찰나의 순간, 응급실 낙상 고위험 환자 케어 2025.07.16

 

응급실은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갑작스럽게 내원하는 곳이다.

그만큼 낙상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낙상이란 환자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재보다 낮은 위치로 넘어지거나 주저앉는 것을 말한다.

 

응급실을 찾는 상당수의 환자는 고열, 오한, 극심한 통증, 어지럼증 등으로 낙상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응급실 간호에 있어 낙상 위험의 예측과 예방을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오늘 나는 낙상 위험이 높은 네 명의 환자를 만났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낙상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1.  

① 반복 행동을 보이는 알츠하이머 환자
환자는 모니터 선과 산소 라인을 계속 만지며 불편감을 표현했다. 보호자의 제지도 소용없을 만큼 강박적인 행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② 혈변과 의식 소실로 내원한 환자
지혈술과 수혈로 상태는 호전됐지만 절대안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 침상에서 내려오려는 움직임만으로도 낙상의 위험이 있었다.


③ 고열과 오한으로 몸을 떠는 환자
체온이 39도를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는 스스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상 난간을 비집고 내려오고 있었다. 보호자는 사정상 반나절 가까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낙상의 위험이 분명했지만, 나는 다른 환자의 채혈을 진행 중이었기에 즉시 제지할 수 없었다. ‘내 몸이 두 개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④ 의식 혼란이 있는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
암모니아 수치가 매우 높아 혼수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보호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잠에 드는 등 의식 혼란으로 인해 언제든 낙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낙상 위험이 높아진 환자들에게 치료나 간호 못지않게 낙상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여러 환자를 살펴야 하는 응급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낙상을 예방할 수 있을까?

 

 

 

1. “잠시 자리를 비울 땐 꼭 간호사에게 알려주세요.”

응급 상황에서는 오히려 낙상의 위험이 적다. 문제는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간호사는 다른 환자를 보러 이동하고, 안심한 보호자는 ‘잠깐’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잠깐 화장실’, ‘잠깐 통화’라는 생각으로 말없이 자리를 비우면 1분이 채 안 되는 사이 환자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아주 잠깐이더라도 반드시 담당 간호사에게 알리도록 교육하고 강조해야 한다.

 

 

2. 간호사와 보호자, 서로를 위해

낙상 예방은 간호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보호자의 참여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음은 보호자의 협조가 특히 필요한 상황들이다.

 

1) 화장실 가면 안 돼요?

낙상 고위험 환자라 하더라도 침상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간호사도 잘 안다.

하지만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의식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침상에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면 소변줄 삽입을 고려할 수 있다.

보호자가 동행할 수 있는 경우 가까운 가족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다만 화장실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낙상 위험을 동반하는 ‘무리한 움직임’은 아닌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낙상의 예방 뿐 아니라 환자의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

 

2) 침상 난간, 꼭 올려야 하나요?

응급실 침상은 일반 병실 침상보다 크기가 작고 딱딱하다. 체격이 큰 환자는 양 옆의 침상 난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땐 무조건 난간을 올리기보다는, 보호자가 옆에 있을 때는 잠시 내리고 보호자가 자리를 비울 때 올리는 방식으로 조율할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환자의 불편함은 줄이고 낙상 위험은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3) 퇴실할 때 휠체어 꼭 타야 하나요?

어지럼증이나 기립성 저혈압으로 내원한 환자들은 간단한 약물, 수액 치료만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혼자 잘 걷는 환자일수록 치료 후에도 걸어서 귀가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 응급실을 나서기도 전에 주저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급성기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도 몸은 여전히 안정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퇴실할 때도 안전하게 휠체어를 이용할 것을 권유한다. 퇴실 직전의 짧은 순간에도 낙상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3.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간호사의 눈’

환자와 보호자에게 낙상 예방 교육을 충분히 했더라도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의 세심한 관찰과 반복 확인, 즉 ‘라운딩(rounding)’ 이다. 환자의 의식 상태, 자세, 움직임을 자주 확인하고 보호자의 부재 여부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만으로도 낙상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급성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모이는 응급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낙상은, 경미한 통증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골절과 뇌출혈 등 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찰나를 막기 위해, 오늘도 응급실 간호사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응급간호팀
고준호 주임

응급간호팀 고준호 간호사는 환자의 가장 급박한 순간을 함께하며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인 응급실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매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환자의 회복을 돕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배워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순간들,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과 고민, 그리고 응급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들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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