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작은 배려로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 암병원간호2팀 75병동 2025.07.07

‘환자에게는 웃으며 따뜻한 말을 건네자’

- 암병원간호2팀 김시안 간호사 -

 

 

첫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병실에 들어온 첫 날 환자는 보호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입원한 지 사흘째 되던 날 환자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우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운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조심스럽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침대 옆 기계에서 삐삐~ 소리가 나는데 마음이 불안해 침대에만 가만히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수액을 주입하는 인퓨전 펌프에서 나는 경고음이었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병원이라는 낯설고 두려운 환경 속에서 환자는 간호사에게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인퓨전 펌프를 바로 교체했고 경고음이 멈추자 환자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마침 그날은 맑은 하늘에 햇살까지 따사로워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이 좋은 날씨를 조금이라도 환자가 느낀다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식사와 복약 시간이 오기 전까지 보호자와 함께 잠시 병원 앞 단풍길을 걸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환자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러 나갔다.


잠깐의 외출이었지만 병실로 돌아온 환자의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선선한 바람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환자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듯했다.

 

약을 전달하러 병실에 들어갔을 때 환자의 수액걸이대에 단풍잎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가을이 환자에게 건넨 작은 선물 같았다. “단풍잎과 함께 오셨네요! 가을이 환자분을 따라온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인사하자 환자는 환하게 웃으며 “덕분에 오늘 정말 기분이 좋아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러곤 그 단풍잎을 다이어리 속에 조심스럽게 끼워 보관했다.


간호사로서 내가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환자에게는 웃으며 따뜻한 말을 건네자’는 것이다.

 

병원 생활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힘든 시간일 것이다. 특히 환자들에게는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불안감이 크게 다가온다.

 

환자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도 환자들이 마음 편히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배려로 안심을 전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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