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외과간호2팀 장초롱 과장
장초롱 과장은 간이식·간담도외과 병동에서 간암, 비이식 환자의 수술 전후 간호를 수행하며 안정적인 회복을 돕는다.
“수술 후 빠른 회복과 퇴원을 목표로 하는 외과 특성상 간호의 우선순위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했어요. 16년차 간호사이지만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여전하죠.”
예전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병동에서 쌓은 11년의 임상 경험에 이어 간호교육행정팀에서 간호 시스템을 두루 살피는 역할을 맡아왔다. 다방면의 강점을 키워왔지만 성인 외과 환자 간호는 전혀 다른 경험의 연속이었다. 병동 환자들의 가장 흔하고 불편한 증상인 통증을 관리하고자 간호 챔피언에도 도전했다.
“환자분들이 회복한 뒤에 건네는 ‘고맙습니다’ 한마디, 밝은 미소가 제 마음 속에 작지만 빛나는 조각들이 됩니다. 간호사는 매일 특별한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죠.”
고난도 간담도 수술 환자가 주로 입원하는 94병동에선 환자 상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간이식·간담도외과 환자의 배액관 및 수술부위 관리, 투약 및 치료 중재, 환자 교육, 퇴원 계획 수립 등을 수행하며 환자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하고 간호해야 한다. 간성혼수, 복수와 황달, 부종 등으로 전체적인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된 중환자가 다음 치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간호 과정은 꽤 복잡하다.
배액 관리와 감염 예방, 통증 조절이 회복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간호 계획이 따라야 하며 신체적 회복뿐 아니라 심리적 지지 역시 중요하다. 특히 94병동에선 수술적 치료가 불가한 환자에게 대증적 요법 등을 시행하면서 내·외과 간호 특성을 모두 갖는다.
수술 후 환자들이 겪는 여러 합병증과 심리적 스트레스, 영양 관리 등의 문제들은 다양한 직역과 협업하며 해결해 나가고 있다. 수술 후 7일에서 14일 간의 입원 여정 끝에 웃는 얼굴로 환자를 배웅할 수 있도록 매일 매 순간의 회복 과정을 함께하는 곳이다.
“내가 부족해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어떡하나 걱정 많던 간호사였어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16년간 애써왔던 것 같아요. 다방면으로 간호 전문성을 키우고 심도 있는 간호를 수행할수록 느끼는 보람도 커져요. 언제든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병동이지만 환자분들이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 수술 후 폐합병증 예방을 위한 공 흡입기 운동(COACH)을 교육하는 모습
기관절개관을 삽입한 한 환자는 매시간 석션하고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서 점차 장기전으로 가고 있었다. 중환자실을 오간 것도 이미 여러 번. 환자는 우울감이 커지고 있었다.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장초롱 과장의 관심이 쏠렸다. 한 간호사는 크레파스와 연필을 쥐여주며 환자의 마음을 다독였고, 또 누군가는 주말에 걷기 재활을 도왔다. 유닛 매니저의 요청으로 병동을 방문한 영양사는 식이 변경에 따른 설사를 호전시키기 위한 간호사 교육과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해 주었다. 병동의 모든 부서원이 언젠가 환자가 웃음을 띠며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한마음으로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다.
“시를 쓰던 환자분이 있었어요.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없어 환자분은 헛헛함과 걱정을 안고 계셨죠. 하루는 그분의 시집을 사서 ‘작가님, 사인 좀 해주세요’라며 다가갔어요. 질환 말고 다른 화두가 생긴 것만으로 환자분께 따뜻한 봄바람이 분 듯했어요. 그 뒤로 씩씩하게 치료를 받으시곤 웃으며 귀가하셨죠.”
▲ 침상 위에 통증 안내문을 부탁하면서 통증 사정과 관리가 수월해졌다.
장 과장은 통증관리 챔피언 교육을 받으며 ‘통증 간호 레벨 테스트’와 ‘나의 통증 간호 되돌아보기’ 설문 내용을 병동 동료들에게 공유했다. 환자의 통증과 불편감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환자의 침상 머리맡에 “당신의 통증은 몇 점인가요?” “어떤 통증이 느껴지나요?”라는 질문이 적힌 안내문을 부착했다.
“통증 사정과 관련된 게시물을 게시한 지 1년이 지났어요. 통증을 사정할 때 환자가 머뭇거리면 이제는 보호자가 ‘저 통증 점수를 보고 말하면 되잖아’라고 먼저 말씀해 주세요. 직관적인 이미지와 예시 문구가 담겨 있어서 환자분들이 보다 쉽게 자신의 통증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정확하게 개입하고 사정할 수 있는 변화의 씨앗은 환자 만족도와 치료 효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죠.”
▲ 장초롱 과장이 투약준비 구역에서 투약카드를 확인하고 있다.
수술 후 섬망이 생긴 환자가 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자, 가족도 참지 못하고 크게 화를 냈다. 장 과장은 환자 가족을 따로 불렀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 혼란스러운 환자의 인지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
“섬망 환자는 저녁노을 속을 걷는 사람과 같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건 상황이 호전된 후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죄책감으로 남을 수 있어요.”
잠시 감정을 내려놓아야 할 시기라는 설득에 환자 가족도 수긍했다. 섬망 증상이 곧 호전된 환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환자와 가족 모두 고맙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최근 병동에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가 늘고 있어요. 더 나은 삶의 마무리는 어떤 형태인지 늘 고민해 봐요. 환자와 가족에게 후회 없는 마무리가 되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 환자의 의식이 깨어있을 때 ‘사랑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조언하고요.
작은 도움을 드리며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행복한 간호사라는 걸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