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 중에도 가장 하기 싫었던 건 그림일기였다. 늘 미루다가 하루 날을 잡아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억지로 그림일기를 채워 넣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시간 순서대로 일어난 일을 적었던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는 이런 귀찮은 일기를 그것도 왜 매일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성실하게 숙제하지 못했던 것은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일기 쓰기는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행위이며, 하루를 잘 살아낸 나 자신을 마음의 거울로 비춰보는 과정이다. 나를 칭찬하는 날도 있고 후회가 가득할 때도 있으며, 고생한 나를 위로해 주고 싶은 하루도 있다. 그날의 경험과 상황을 마주하고 하루를 복기할 때, 아쉬웠던 점을 떠올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면서 나를 더욱더 채워나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심리학자 조셉과 해리가 제시한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이라는 모델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다.
이 프레임워크는 자신과 타인의 인식 차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자아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영역(open area), 자신만 알고 타인은 모르는 숨겨진 영역(hidden area), 자신은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맹인 영역(blind spot),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unknown)으로 나뉜다.
개인이 가진 창의 크기에 따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숨겨진 영역과 맹인 영역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자기 인식을 높이고 이 두 영역을 좁히는 방법은 바로 ‘일기 쓰기’와 타인의 피드백이다. 일기를 쓰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찾다 보면 메타인지력이 향상된다. 메타(Meta)는 그리스어로 ‘~에 대한’이라는 뜻이다.
즉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메타인지력이 뛰어나면 자신의 삶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히 알게 되어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이 높아진다.
결국 메타인지력을 향상하기 위한 출발점은 자기 인식이고, 일기는 자기 인식을 기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나 역시 매일 일기를 쓴다. 이 습관으로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잘 돌볼 수 있다는 뿌듯함을 종종 느낀다.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미생’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를 조금씩 채워나가는 ‘일기 쓰기’야말로 가장 확실한 자기 계발 방법이 아닐까. 손으로 쓰는 것이 어렵다면, 요즘은 음성으로 받아 쓰는 일기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의 지혜와 혜안을 얻고 메타인지를 키워 나가며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카데미운영팀
남혜인 대리
아카데미운영팀 남혜인 대리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일반 역량 분야 원내 강사로 근무하며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보다 건강한 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