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발표만 하면 목이 잠겨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리고 얇아져요.”
많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성대 문제로만 여기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자각하지 못하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목소리에는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 자세, 감정,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전화상담원, 교사, 강연자처럼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이거나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와 목소리의 관계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동으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오르며, 근육이 긴장한다. 이때 턱, 어깨, 목 주변 근육이 굳으면서 성대가 위치한 후두까지 함께 긴장하게 된다. 말이 끊기거나 숨이 차는 느낌이 들고, 목소리가 떨리거나 작아지며, 때로는 목을 조이듯 억지로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성대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음색이 탁해지거나 갈라지기도 하고, 결국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쉽게 성대가 피로해 진다.
이런 변화는 뇌의 구조적인 메커니즘과도 맞닿아 있다. 뇌에는 두 가지 주요한 발성 경로가 있다. 하나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말하기를 담당하는 추체로(pyramidal tract), 다른 하나는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본능적인 목소리를 조절하는 추체외로(extrapyramidal tract)다.
우리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불안과 긴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이 두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그 결과 ‘자연스럽지 않은 목소리’, 즉 꾸며낸 말투나 긴장된 톤, 위축된 자세가 습관처럼 굳어져 말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목소리가 편해질 수 있을까?
다행히 심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이완 루틴만으로도 목소리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우선 4-7-8 호흡법을 연습해보자. 이 호흡법은 미국의 앤드류 와일이 요가의 호흡법을 응용해 소개한 기법으로 긴장 완화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 4초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7초간 숨을 멈추고, 8초 동안 입으로 길게 내쉬는 것을 반복하면 호흡이 깊어지고 몸과 목의 긴장이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그다음 발성 전 준비운동으로 어깨와 목, 턱, 혀를 가볍게 풀어주자. 그리고 “음~” 하는 허밍이나 하품하듯 “하~” 소리를 내며 몸이 이완되는 감각을 천천히 느껴보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과 말의 일치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 꾸며낸 말투는 오히려 몸의 긴장을 더 키운다. 자연스럽고 솔직한 말투를 유지하는 것이 근육의 이완과 건강한 발성에 도움이 된다.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호흡의 흐름이 회복되면 목소리도 본래의 안정감을 되찾게 된다.
우리는 말을 통해 소통하지만, 사실 목소리는 마음 상태를 먼저 드러낸다. 스트레스는 몸을 긴장시키고, 긴장은 소리를 조이며, 조여진 소리는 다시 긴장을 부른다. 이 연결고리는 의식적인 실천으로 충분히 끊을 수 있다.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내 호흡과 자세, 말하는 습관을 돌아보는 것. 그 습관이야말로 목소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오늘, 말을 시작하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쉬어보자. 그 짧은 순간이, 나의 목소리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의 목소리는 곧 나 자신이며, 소리가 편안해질 때 비로소 진짜 소통이 시작된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안대성 발성치료사는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목소리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으며, 이번 뉴스룸 칼럼을 통해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