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인데 이렇게 오래 걸려요?”
근무 중 잊을 만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오는 보호자의 목소리다. 그 질문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내 가족이 겪고 있는 통증과 불안과 말못할 답답함이 얽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로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병실 준비, 퇴실·전원 절차, 검사 결과 대기, 의료진 간 협의와 처방 수행까지. 기다림은 항상 존재하고 오래 걸릴 때도 많다. 가끔은 참다못한 보호자들의 날카로운 언행에 마음이 흔들리고 하지만, 그 역시 응급실에서의 불확실한 기다림이 만든 것임을 알기에 일하면서 더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기다림을 조금이라도 짧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먼저 현 상태와 치료 방향에 대한 설명과 관심이라 생각한다. 의료진에게는 익숙한 절차겠지만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한 과정일 것이다. 설명과 이해가 함께한 기다림은 그 자체로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다.
혈액검사에 걸리는 시간,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치료가 이뤄지는지, 대략적인 치료 방향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되면 기다림의 이유를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바쁜 의료환경에서 짧은 설명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보호자와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간호사로서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순간부터 응급실에서의 시간은 덜 무겁고 조금은 덜 불안하게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다림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다. 막상 내 가족이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게 된다면 당연한 기다림도 영원처럼 오래 느껴질 것이다. 검사가 늦어지는 이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결정되고 바로 출발하지 못하는 이유, 배정된 병실에 바로 입실하지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본 표현, 'The warm hospitality'이 떠올랐다. 응급실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절실하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은 어쩌면 ‘따뜻함’ 일지 모른다. 환자가 몰리고 일이 겹치며 서로의 예민함이 스치는 순간에도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환자와 가족은 의료진의 판단을 조금만 더 신뢰하고 기다려준다면 응급실은 단지 위급함의 공간을 넘어, 누군가에게 가장 먼저 위로를 건네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응급간호팀
고준호 주임
응급간호팀 고준호 간호사는 환자의 가장 급박한 순간을 함께하며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인 응급실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매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환자의 회복을 돕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배워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순간들,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과 고민, 그리고 응급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들을 생생하게 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