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수술해야 한다고요?” 간호사의 환자 체험기 (下) 2025.10.01

본 칼럼은 [충격 실화, 수술해야 한다고요? 간호사의 환자 체험기 (上)]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enlightened2025년 6월 1일(일)

 

- 수술 후 1일차 : 수술 다음 날이라 아침부터 물만 조금씩 마시기로 했습니다. 보통 101병동에서 많이 시행하는 대장이나 간 수술의 경우 당일에는 약간의 수분 섭취만 가능하고, 심호흡을 통한 폐 재활 운동과 통증 조절에 집중합니다.

 

수술 후 1일차부터는 담당 간호사의 판단에 따라 기본 간호를 제공하고 병동 내 운동을 계획해 조기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누워있을 때는 통증이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움직이려 하니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 혼자 움직이는 것은 낙상 고위험 환자에게 매우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에, 움직일 때는 항상 간호사나 보조 인력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괜찮겠지” 하고 혼자 움직이려 하는 마음이 낙상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간호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아 첫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하루 반나절 이상 누워있다 일어나려니 세상이 빙빙 돌고 어지러웠습니다. 왜 수술 후 낙상이 쉽게 일어나는지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부축을 받으며 병동을 몇 바퀴 돌고 나니 운동량이 많지 않았는데도 몸이 쉽게 지치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병동 내 운동을 마친 뒤에는 폐 재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기구가 ‘강화 폐활량계(inspirometer)’라고 불리는 폐 재활 기구인데, 수술 후 폐가 줄어들고 심호흡이 어려워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수술을 위해 입원하신다면 무엇보다 중요하게 교육받게 될 내용일 텐데요.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고무관 끝 부분을 입에 물고 빨대로 물을 빨아들이듯 힘차게 들이쉬면 됩니다. 핵심은 한 번에 세게, 많이가 아니라 일정한 힘으로 꾸준히, 길게, 오래 흡입을 유지해 폐를 충분히 확장하는 것입니다.


운동이나 폐 재활을 하면 통증이 조금 올라오지만, 필요 시 진통제를 요청하거나 수술 후 달려있는 통증 조절기(PCA, Patient Controlled Anesthesia)를 이용하니 참을 만했습니다. 담당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의 도움을 계속 받다 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분들이 있어 환자가 편안하게 회복에 전념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enlightened2025년 6월 2일(토)


- 수술 후 2일차 : 전날 밤과 새벽 사이에 간헐적인 고열이 있었습니다. 보통 수술 후 3일 정도까지 나는 열은 폐 운동이 잘 되지 않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밤에도 폐 재활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려 애썼습니다.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회진 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보고  식이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저는 1일차에는 물만, 2일차부터는 죽을 먹기로 했습니다. 수술 후 환자의 첫 식사는 ‘수술 후 식’이라는 치료식으로 제공되며 일반 식보다 양이 적고, 위장관 수술 환자의 경우 소화가 잘 되는 반찬 위주로 구성됩니다.

 

어느 정도 움직임은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직 수술 후 2일차였고 담당 간호사의 판단에따라 낙상 고위험 환자로 분류되어 보조 인력의 도움 하에 계속 운동했습니다. 폐 재활 운동을 중에도 열이 한 번씩 나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enlightened2025년 6월 3일(일)


- 수술 후 3일차 : 대장이나 소장을 직접 절제하는 수술의 경우 입원 기간을 수술한 날부터 5~7일 정도로 예상합니다. 환자의 경과와 컨디션, 수술 방법에 따라 퇴원 일정이 달라질 수 있어 편차가 있는 편입니다.


저의 경우 수술 후 3일차에 가스와 대변이 나왔습니다. 위장관 수술에서는 가스 배출 여부가 장의 움직임이 회복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가스가 배출되어 배가 좀 편해지니 움직임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다음날 회진에서 퇴원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는 염증 소견이 있어 항생제 치료를 3일 정도 추가로 받은 뒤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지만 갑작스레 환자 입장이 되어 겪은 이번 입원은 제게 소중한 경험이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환경과 제가 했던 해 온 행동들을 환자 입장에서 바라보니 정말 새로웠고 수술 후 환자에게 시행되는 여러 처치가 왜 필요한지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약 3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수술 부위의 약간의 불편감을 제외하면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기타 합병증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은 사고 없이 항상 건강하시기를, 혹여 편찮으신분들이 계시다면 무리 없이 쾌유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병원간호1팀
김치호 대리

김치호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보호자 없이 환자들이 최상의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이곳에서, 그는 환자들과의 병원 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상적인 병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병동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들, 그리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간호에세이를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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