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취통증의학과 이상욱 교수는 다양한 로봇수술에서 환자들의 안전과 통증을 관리한다.
“여러 진료과를 넘나들며 매일 다양한 수술 케이스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기분이 들어요.”
그는 임상 현장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찾는 요즘,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전하고 배우며 무르익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장애인을 위한 로봇기술 연구에 참여하면서 인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의학 전공자와 소통하며 그 한계를 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직접 공부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원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의대에 지원하면서 큰 경계를 하나 넘은 셈이었어요. 그러고 나니 다음 도전들이 두렵지 않더라고요. 다소 내향적이고 한 우물만 열심히 파던 성격의 제가 다양한 경험을 즐기고 흡수하게 된 전환점이었죠.”
의공학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지만 임상을 경험해 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에 따라 마취통증의학과를 선택했다. 수술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환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활력징후를 지켜보며 밀착감있게 관리하는 분야였다. 수술 예후와 임상적 상황을 연구하고 수술 전후의 통증 관리를 위해 다양한 시술과 처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우리 병원에 입사해 이전까지 접해 본 적 없는 케이스들을 접하며 매일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이 이어졌어요. 일에 대한 애착도, 꿈도 조금씩 커졌고요. 항상 방심하지 않고 환자안전에 보수적으로 대비하고 충분히 관리하는 태도를 가지려고 합니다.”
환자의 삶을 우선한 통증 관리
최근 수술 후 조기회복(ERAS)이 중요해지면서 마취통증의학과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 마약성 진통제는 의존성과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있어 최근 로봇수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에게 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고, 빠른 회복은 빠른 퇴원과 일상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공의 시절 아내가 암 수술을 받게 돼 전신마취와 회복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다른 외과 수술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선 결코 간단하지도, 저절로 회복되는 과정도 아니었습니다. 의료진의 세심한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었죠.”
이 교수는 기존 진통제와는 다른 기전의 신약을 공동 연구해 지난해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시험 진통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수술 후 통증이 크게 줄었다면서 주변 환자들의 부러움을 산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주었다.
“보통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신약 허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흔하진 않아요. 그날 환자의 표정을 보며 내 연구가 환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기대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을 다지는 노력
환자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다기관 연구나 빅데이터 활용 기반이 마련되고 획기적인 연구와 가치 창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료 연구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 부교수는 2021년 의료인공지능 전문가 과정을 밟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암호화된 데이터로 연산이 가능한 동형암호화 기술 및 연합학습 등을 활용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 동형암호화된 데이터는 외부 연구자도 모델링할 수 있고, 외부에 유출되더라도 원본 데이터를 복원하거나 확인할 수 없는 기술이다.
“단순한 연구자의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연구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환자 안면 데이터를 활용한 수술 후 통증 자동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 표정 전후를 인공지능 기술로 학습시켜 통증 평가 척도(NRS)와 매칭하면 진통제가 필요한 때에 알람 시스템이 가동되는 시스템이다. 환자 얼굴 사진을 유출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중재가 가능하고, 환자에겐 매번 통증 정도를 묻고 설명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전부 시도해 보려고 해요. 경계를 뛰어넘는 임상의로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뭔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관련 의료진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