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심장이식 환자와의 특별한 인연 2025.11.07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환자와의 특별한 인연

심장병원간호팀 김자영 간호사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내가 근무하는 심장내과 병동은 심장이식을 준비하거나 이미 이식을 받은 환자 등 중증 심장질환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다.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고 치료 과정이 길다 보니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간의 유대가 깊게 형성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1년 넘게 이식을 기다리던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오랜 입원으로 예민해지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입원 생활의 외로움이 더 클 것 같아 자주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짧게 대답하던 환자는 내가 같은 고향 출신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밥은 먹으면서 일하냐며 안부를 건네거나 운동하러 갈 때 간호사 스테이션에 들러 웃으며 인사하곤 했다.

 

마침내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모두가 분주히 준비했지만 환자는 수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나는 바쁜 와중에도 환자의 마음을 달래며 준비를 도왔다. 수술장으로 향하는 길에 환자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잘하고 올게요. 여기 있는 간호사들과 나를 도와준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꼭 잘 해내야겠어요”라는 다짐을 남겼다. 나 역시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환자는 수술 후 안정기를 거쳐 다른 병동으로 이동했지만 종종 우리 병동에 들러 얼굴을 보여주며 안부를 묻곤 했다. ‘통증은 여전하지만 회복에 대한 희망이 있어 잘 견딜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 환자의 모습에서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몇 개월 후 심장내과 외래에서 지원 근무를 하던 중 누군가 내 이름을 반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환자였다.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머리 스타일도 근무복도 병동에 있을 때와 달라져 “어떻게 알아보셨어요?”라고 묻자, 환자는 “멀리서도 간호사님의 환한 얼굴이 보여 바로 알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웃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가족 행사에도 참여하고 다른 심장이식 환자들과 SNS로 소통한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건강한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기뻤다.

 

매일 환자들과 함께하며 내가 하는 간호가 최선인지 자주 돌아보게 된다. 환자는 치료와 돌봄을 받기 위해 병동에 입원하기에, 나 또한 그만큼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환자와의 경험을 통해 작은 관심과 노력이 모여 큰 결실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따뜻한 돌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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