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응급실, 언제 가야할까? 2025.11.19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자동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그곳의 모두가 ‘응급’ 환자가 되는 곳. 바로 응급실이다. 누가 더 응급한지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응급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의 판단이 환자 본인이 느끼는 긴급함, 절박함을 해소시키기란 더욱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응급실에는 모두가 저마다의 긴급한 마음을 안고 온다. 떨리는 마음으로 접수를 마치고 본인의 이름이 불리면 환자와 보호자는 어두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응급실 오길 잘한거겠죠?"

 

참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 이 질문에는 앞으로 견뎌야 할 어렵고 수고로운 시간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상황이 위급함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더욱 어려운 질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모습만 보고 응급상황임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네, 너무 걱정 마세요. 진료 보시면서 검사 진행해 볼 겁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응급실 간호사로서 그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다. 이처럼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응급실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거친다. 특히 의원급 병원이 문을 닫은 야간 시간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상황을 불문하고 정말 응급실에 지체 없이 가야만 하는 상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별표(응급증상)에는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을 따로 정리해두고 있다. 증상에 해당한다면 우선적으로 119에 신고하고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 증상이 너무 광범위 하며 모든 증상을 포함하지는 못한다. 또한 증상은 주관적이기에 본인이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도록 하자.

 

첫째, 갑작스런 한쪽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시야 장애 등의 뇌졸중 증상이다.

이런 경우 FAST를 기억하자. F(face), A(arm), S(speech), T(time). 얼굴 한쪽이 처지고, 양 팔을 앞으로 나란히 했을 때 편측 기울임이 있고 말이 어눌해진다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를 하자. 뇌졸중은 시간이 생명이다.

 

둘째, 경험해 보지 못했던 흉통이다.

특히 이런 흉통이 20~30분 이상 지속되고 ‘가슴 한가운데’를 쥐어짜는 듯한 양상과 함께 식은땀/호흡곤란/왼팔,턱으로 뻗치는 통증을 동반한다면 심근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또한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20~30분까지 지속되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가까운 병원에 내원해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 검사라도 받아보자.

 

셋째, 지혈되지 않는 큰 출혈, 지속되는 토혈, 각혈, 혈변 증상이다.

여기에 어지럼증과 식은땀 증상을 동반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여 도움을 받도록 하자. 특히 토혈(피를 토함)과 각혈(기침하며 피를 뱉음)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라 즉시 내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혈변의 경우에는 변을 볼 때만 증상 확인이 가능하여 내원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혈변은 선홍색의 붉은 피 변과 흑색 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두 증상 모두 응급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니, 증상이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가까운 응급실에 내원하도록 하자.

 

사실 위 세 가지 증상 외에도 응급실에 내원해야 하는 경우는 많다. 타박상으로 인해 신체 구조가 변형된 수준의 골절, 청색증이나 말끝 흐림을 동반한 호흡곤란, 혼돈을 동반한 의식 변화, 얼굴 부종을 동반한 알레르기 반응 등.

 

그럼에도 앞서 제시한 세 가지 경우는 ‘시간’이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상들이다.

 

결론적으로 응급실은 ‘누가 더 심각하냐’를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벌어 생명을 지키는 곳’이다. 우리는 증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중증도 많다. 응급실은 누군가의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기보다, 당신의 시간과 기능을 지켜내는 곳이다. 의심되면 119, 망설임 없이 내원하자. 그 한 통의 전화와 빠른 발걸음이 후유장애를 줄이고 생명을 지킨다.

 

응급간호팀
김윤섭 주임

응급간호팀 김윤섭 간호사는 2019년부터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위급한 순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빠른 대처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누구나 긴급할 때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와 함께 응급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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