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달리기, '러닝(Running)'이죠. 요즘 근처 공원이나 한강변만 가봐도 예전보다 러닝을 즐기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러닝크루(Running crew)'를 만들어 함께 무리지어 뛰는 모습도 흔해졌고요. 방송인 '기안84'나 '션'처럼 마라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약 1,000만 명이 러닝을 즐기고 있다고 하니, 그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러닝 열풍은 운동을 통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올해 2월부터 지인들과 함께 러닝을 시작했는데, 열심히 뛴 만큼 체력이 좋아지고 이전에는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거리를 완주하게 되면서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1km도 버거워하던 과체중 러너였지만, 불과 10개월도 되지 않아 10km는 거뜬히, 무리하면 하프 마라톤 거리인 20km까지도 뛸 수 있는 체력이 되었습니다. 기록 향상도 보람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 이어가고 싶은 건강한 취미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 갑작스러운 맹장 수술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언젠가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완주하는 그날까지 꾸준히 달려볼 계획입니다.

(AI 활용 일러스트)
비록 병원에서는 환자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조기 이상’을 목표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조기 이상이란 수술 후 가능한 한 빨리,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가 자세를 바꾸고, 천천히 걷는 등 최소한의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술 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전신 마취로 인해 감소한 폐 기능 회복을 돕고, 혈액 순환과 장 운동을 촉진하며, 근육과 관절 기능을 살려 빠른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함입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수술의 종류에 따라 시작 시기나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기 이상이 환자 혼자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수술 후 환자분들은 복부 수술 부위의 통증, 여러 배액관과 수액 걸이에 매달린 수액 줄 등으로 인해 혼자 일어나기 어려워 합니다. 설령 혼자 일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나 통증으로 넘어지기 쉬운 상태입니다. 따라서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경우 보호자가 없는 환경이기에 이러한 조기 이상도 의료진과 함께 합니다. 간호사와 환자가 운동 스케줄을 조율하고 의료보조인력의 도움을 받아 병동 내에서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하며, 낙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 간호사가 항상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 환자에게 걷는 방법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너무 큰 보폭으로 걷거나 뛰듯이 빠르게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가능한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걷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걸으면서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심호흡까지 병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다만 수술 후 상태에 따라 담당 의사가 하루나 이틀 정도 '침상 내 절대 안정(ABR, Absolute bed rest)'이나 '침상 내 안정(BR, Bed rest)'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침대 밖으로 나가 걷는 운동을 할 수 없으므로, 누워 상태로 침상 내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운동을 알려드립니다. 주로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관절 각도가 변하면서 근육을 쓰는 운동을 '등장성 운동(isotonic exercise)'이라고 하고, 관절의 움직임은 거의 없이 근육만 수축하는 운동을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이라고 합니다. 수술 후 침상에서 하기에 가장 좋은 등척성 운동으로는 '발목 펌프 운동'(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무릎 아래에 수건 놓고 누르기', '엉덩이 근육 힘주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운동을 10회씩 하루 2~3회 실시하도록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병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는 침상 내 운동과 조기 이상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모든 수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술 후 빠른 시점에 환자 상태에 맞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시작하시기를 권장합니다. 모든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건강하게 회복하시기를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
암병원간호1팀
김치호 대리
김치호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보호자 없이 환자들이 최상의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이곳에서, 그는 환자들과의 병원 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상적인 병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병동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들, 그리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간호에세이를 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