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의료진을 위한 신뢰의 목소리 관리법 2025.12.17

(AI 활용 일러스트)

 

“나의 목소리는 상대에게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있을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목소리는 단순한 말의 도구가 아니라, 의료진의 태도와 전문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신호다. 환자를 호명할 때,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 동료와 협업할 때 우리의 목소리는 상대의 마음에 인상을 남기며, 때로는 치료 과정의 첫 단계가 되기도 한다.

 

목소리는 감정과 분위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고 안정된 목소리는 신뢰감을 주지만, 반대로 빠르고 흔들리는 목소리는 불안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의료진의 말투는 병원의 이미지와 직결되며,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원이 사용하는 안내 톤 하나가 환자의 감정과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결국 목소리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되는 요소다.

 

신뢰감을 형성하는 목소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톤이다. 너무 낮으면 무기력해 보이고, 너무 높으면 긴장된 인상을 준다. 편안하고 안정된 중간 톤이 상대방을 신뢰를 만든다.

둘째는 속도다. 빠른 말은 능숙해 보일 수 있으나, 듣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호흡에 여유를 두고 낮고 천천히 말하면 안정감이 전달된다.

셋째는 명료도다. 입이 덜 열리면 전달력이 떨어지고, 환자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 물어볼 수 있다. 첫 음절을 또렷하게 내는 것만으로도 신뢰도는 크게 높아진다.

 

바쁜 병원 환경에서는 목소리 피로가 자주 나타난다. “하루 종일 말해서 목이 아프다”, “상담 후에는 소리가 쉬어 있다”는 호소가 많다. 성대는 말할 때마다 초당 수백 번 진동하며 미세한 피로가 쌓이기 때문에, 과사용이 반복되면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의료진이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루틴이 필요하다.

 

아침에는 3분 정도 허밍으로 성대를 부드럽게 깨우고, 짧은 문장을 또렷하게 읽으며 하루의 첫 발성을 정돈해 보자. 중요한 설명을 앞두고는 핵심 문장을 미리 천천히 읽어 감정을 실어 보면 전달력이 훨씬 좋아진다.

 

짧은 휴식도 성대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10분 정도 말을 멈추고 조용히 쉬어주기만 해도 성대 피로가 눈에 띄게 완화된다. 짧은 무음 시간은 점막 압력을 낮추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긴 휴식이 어려운 의료 현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음성의학에서도 짧고 반복적인 ‘단기 휴식(Short Vocal Rest)’을 권장하고 있다.

 

여기에 립트릴, 허밍, 하품·한숨과 같은 가벼운 발성 스트레칭을 더하면 목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공명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다. 입술을 다문 채 “음~” 소리를 내는 허밍은 성대를 부담 없이 울림으로 연결해주고, 하품하듯 자연스럽게 입을 열며 내는 소리는 긴장된 성대를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얼굴 중심 부위에 가벼운 진동이 느껴진다면 올바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짧은 루틴들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따뜻함을 전달하고, 또렷하고 안정된 목소리는 전문성을 강화한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의료진에게 목소리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다. 전문 지식을 담은 설명도 목소리의 온도가 달라지면 훨씬 부드럽게 전달된다.

 

목소리의 온도가 변할 때, 환자의 신뢰가 시작된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안대성 발성치료사는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목소리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으며, 이번 뉴스룸 칼럼을 통해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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