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일러스트)
2025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여행할 때’라고 답할 것 같다.
여행이 나를 성장시킨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느끼는 이유는, 그 여정에서 마주하는 일들이 일상 속 여러 상황과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
첫째, 여행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한 바가 있어도 무조건 그 계획대로 실행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더 유익하고 즐거운 여정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필자가 2019년 유럽을 여행할 때 겪은 일이다.
기차역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해 현지인에게 물어가며 플랫폼을 찾아 겨우 열차를 탔다. 그런데 하차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목적지가 전광판에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해당 열차는 나의 목적지에 정차하지 않는 열차였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역에 내린 뒤 근처 마을을 방문했다. 아기자기한 곳이었는데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늦게까지 한참 머물다 돌아온 기억이 있다.
물론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느낀 감정과 기억은 더 오래, 강렬하게 남아 있다.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을 때의 희열이 오래 지속되듯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는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준다는 것. 그리고 틀에서 벗어날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둘째,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여행에서는 목적지, 일정, 식사 메뉴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진학, 취업 등 끊임없이 무언가를 결정하고, 오류가 생겼을 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프랑스를 여행하던 어느 날, 파리에 도착한 날이 하필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어서 파리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이 ‘셧다운’되는 상황에 놓였다. 캐리어를 1시간 넘도록 끌고 걸어 가까스로 호텔에 도착했다. 걷기로 작정하기 전까지 여러 대안을 찾고 또 찾으며 고민했다. 지금은 웃으며 회상하지만 당시에는 피곤한 몸, 프랑스어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상황 등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했다. 대중교통 없이 걸어서 호텔까지 도착했던 그날 이후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평소 부족하다고 느끼던 강인함도 채울 수 있었다.
셋째, 새로움을 경험하는 과정의 끝에서 익숙함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낯선 환경을 여행하는 것은 신나고 즐겁지만, 모든 여정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집이 제일 편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미처 지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감사함을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감사함을 망각하게 되는데, 여행은 그 ‘당연함’을 잠시 멈추게 해 준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다시 느끼게 해주면서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고 믿기에,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 말하고 싶다.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줄 선물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선물인 ‘여행’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아카데미운영팀
남혜인 대리
아카데미운영팀 남혜인 대리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일반 역량 분야 원내 강사로 근무하며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보다 건강한 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