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궐련 흡연율은 감소세에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담배 산업계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0% 덜 해롭다는 ‘위해 감축’을 내세우며 전자담배를 안전한 대안으로 포장하지만 의학적 지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니코틴 중독 인구는 여전히 줄지 않았고 우리 몸이 받는 타격은 방식만 바뀌었을 뿐 여전하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전자담배의 실체와 오해에 대해 정리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용어부터 바로 알자: 수증기가 아니라 ‘에어로졸’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기체를 단순한 수증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체는 니코틴, 중금속, 발암물질이 혼합된 에어로졸(aerosol)로 인체에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 활성 물질이다. 겉으로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인체에 유해한 입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연초와 다르지 않다.
•연초(궐련): 담뱃잎을 직접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전통적인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담뱃잎 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방식
•액상형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을 전기로 가열해 에어로졸을 생성하는 방식
유해 성분이 적으면 인체에도 덜 해로울까?
많은 사용자가 유해 성분 ‘수치’의 감소를 곧바로 위해성 감소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매우 단순화된 해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 담배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서는 연초에 없던 80여 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가열 코일에서 용출되는 미세 금속 입자는 폐포 깊숙이 침투해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즉 특정 성분의 수치가 낮다고 해서 신체가 받는 전체 독성 부담이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 생성 일러스트)
연기가 없으니 심장과 폐에는 괜찮지 않을까?
전자담배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53배 더 높았다. 특히 과거 흡연력이 있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심근경색 위험은 2.52배, 뇌졸중 위험은 1.73배까지 상승했다. 이는 니코틴이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키는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에어로졸 속 미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폐 건강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1초간 강제호기량은 평균 3.0L로 비사용자(3.5L)에 비해 약 14%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다. 전자담배 사용은 기존 흡연과 독립적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신규 발생 위험을 증가시켰으며, 특히 연초와 전자담배를 병행하는 이중 사용자는 비사용자 대비 COPD 위험이 약 3.9배 증가했다.
담배를 줄이기 위한 전자담배 병행, 효과가 있을까?
의학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흡연 형태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이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8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제품을 병행할 경우 체내 독성 물질 노출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이 36%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지난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기보다는 제품만 바꾸는 이동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담배가 금연으로 이어지기보다 흡연을 지속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자담배는 한때 금연 보조 수단으로 홍보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금연보조기기 승인은 받지 못했다. 여러 연구에서도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한 흡연자들은 상당수가 완전한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이중 사용자로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역시 전자담배가 오히려 일반 담배의 흡연 빈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초음파 전자담배나 합성 니코틴은 안전할까?
기술 발전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열 코일을 제거한 초음파 전자담배 역시 기존 기기와 유사한 수준의 독성 알데히드를 생성하고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적 '담배'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문구 의무화, 온라인·무인 판매 제한, 미성년자 판매 시 연초와 동일 수준의 처벌이 적용될 예정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유일한 선택 ‘완전한 금연’
전자담배는 ‘덜 해로운 대안’이 아니다. 형태만 달라진 또 하나의 담배일 뿐이다. 진정으로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어떤 담배가 덜 해로운가를 고민하기보다 모든 형태의 니코틴으로부터 벗어나는 ‘완전한 금연’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도 과학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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