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도서관에 남는 사람의 흔적들 2026.02.04

함께하는 아산의학도서관

 

(AI 활용 일러스트)

 

의학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직원을 만나게 된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 사람, 조용히 자료를 찾는 사람, 노트북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도서관은 이렇게 사람들의 습관과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채워진다.

 

진료 현장의 급박하고 긴장된 분위기와 달리 도서관의 하루는 각자의 소리와 정적 속에서 흘러간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는 시간까지. 이용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사용하고, 사서들은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오래 지켜보다 보면 한 사람의 시간이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주 보이던 얼굴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다가 한동안 지난 뒤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더 이상 오지 않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며 한 사람의 역할이 달라지는 모습도 목격하게 된다. 도서관 역시 그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왔다. 누군가는 잠시 머물고, 누군가는 오래 남지만, 모두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계절의 흐름도 쉽게 알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직원들이 선호하는 책의 장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새해를 설계하는 자기계발서가 인기이고, 꽃이 피는 시기에는 도서관을 찾는 직원들도 다소 줄어든다. 봄의 기운을 이기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여행 도서가 자주 읽힌다. 가을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들이 꾸준히 대출된다. 겨울에는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에세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렇게 이용자들을 바라보다 보면 또 한 해가 흘러간다.

 

가끔은 칭찬의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덕분에 잘 마쳤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하루를 조금 길게 남긴다. 도서관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특별한 장소로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순간 곁에 조용히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용자들의 요청을 잘 수행했을 때보다, 그렇지 못했을 때가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수나 착각으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을 때는 마음이 괴롭고 여운도 길게 남는다. 도서관에 기대하는 서비스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는 문구이자, 첫 칼럼에서 강조했던 말이 있다.

“우리의 고객은 병원 직원 여러분.”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

 

아산의학도서관의 하루는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이용자를 위해 존재하며 조용히 흘러간다. 말없이 다녀간 사람들, 여러 필요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 그리고 그 흔적들로 채워진다. 내일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아산의학도서관
신의수 유닛 매니저

신의수 유닛 매니저는 서울아산병원 의학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의학도서관이 단순한 자료 보관소를 넘어, 최신 의학 지식을 탐색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의학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의료 연구와 학습을 돕는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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