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활용 일러스트)
“요즘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전화할 때마다 쉰 목소리냐고 묻는데, 아프진 않거든요.”
“예전엔 자연스럽게 말했는데, 이제는 목에 힘을 줘야 겨우 말이 나와요.”
이 말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많은 이들이 이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기며 “나이 들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그러나 목소리의 변화는 그 자체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건강 신호다. 노화가 진행되면 우리 몸의 근육과 점막이 탄력을 잃듯, 성대 역시 얇아지고 유연성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약해지며, 말할 때 쉰 소리나 떨림이 생기고 긴 문장을 끊김 없이 말하기 어려워진다. 전화 통화나 시끄러운 장소에서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는 것도 흔한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성 음성 장애(presbyphonia)’라는 이름의 질환으로도 분류되며,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보기 어려울 만큼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대화의 어려움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자신의 말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험은 자신감을 잃게 만들며, 결국 소외감과 우울감,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노년기 우울감은 신체 질환보다 소통의 단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목소리는 근육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관리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박영남 성우는 80세라는 고령에도 여전히 짱구 특유의 고음과 에너지, 또렷한 발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타고난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매일 소리를 쓰고 호흡을 단련해 온 꾸준한 관리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특히 남성의 경우 은퇴 이후에 대인 소통이 급격히 줄면서 하루 동안 말하는 총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도 “아내 외에는 거의 말할 일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렇게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면 성대 역시 근육처럼 빠르게 위축되어 목소리는 작아지고 쉽게 쉬며 떨림이 나타난다. 이 변화에는 분명 나이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인은 목소리 사용에 있다. 목소리는 스스로 늙는 것이 아니라 쓰이지 않을 때 더 빠르게 약해진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성대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간단한 음성 운동을 해볼 수 있다. 입을 다문 채로 콧소리를 내는 허밍(Humming)은 하루 3~5분만으로도 성대의 기본적인 울림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천천히 이어주는 가성 글라이드(Falsetto glides)는 성대의 유연성을 높여주며, “하!”, “호!” 같은 짧고 또렷한 발성은 성대 닫힘을 강화해 준다.
안정적인 발성을 위해 호흡 훈련도 중요하다. 말을 시작하기 전 복식호흡으로 숨을 가다듬고, 긴 문장은 한 번에 다 말하려 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쉬어가며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약해졌다고 해서 무리하게 크게 말하거나, 쉰 소리를 감추기 위해 성대를 짜내듯 말하는 것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면 음성 전문 클리닉이나 이비인후과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 또한 고령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할 때 이들의 목소리 변화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 본인 역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적절한 진료와 훈련을 통해 도움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노인의 목소리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소통과 삶의 질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목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분명히 변한다. 그러나 변한다고 해서 반드시 잃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대는 탄력과 움직임에 따라 기능이 유지되며, 근육처럼 꾸준히 쓰고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과 유지가 가능하다. 더 또렷하게, 더 자신 있게,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는 목소리는 노년기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통의 근육이자 자존감의 무기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안대성 발성치료사는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목소리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으며, 이번 뉴스룸 칼럼을 통해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