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입사해 올해로 10년 차 간호사가 되었다. 마침내 장기근속 포상을 받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암병동에서의 첫 근무를 시작으로 중환자 간호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e-MET를 경험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유행성감염병대응팀(EIDT) 소속으로 격리병동에서도 근무했다. 현재는 음압격리중환자실2(BICU2)에서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나 스스로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을 오가며 여러 현장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간호사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숫자는 기쁨과 함께 질문을 남겼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잘하고 있는 걸까?’
문득 같은 시기에 취업했던 동기들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HB, H, JY 세 명의 동기에게 공통 질문을 던졌다.
“10년 동안 간호사로서 어떤 일을 해오며 지냈나요?”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일 혹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10년 뒤, 당신은 어떤 모습이고 싶나요?”
▲(왼쪽부터) HB, H, JY, 필자(정환지)
HB는 한국에서 외과계·내과계 중환자실을 오가며 약 6년간 중환자 간호사로 일한 뒤, 아랍에미리트에서 2년을 근무했고 현재는 미국에서 마취회복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코로나 전담 중환자실 근무는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뿌듯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요즘 HB는 미국 간호사로서의 일상과 경험을 SNS에 기록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해외 간호사’의 삶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어 공부와 회화에도 몰두하고 있다. 10년 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지금보다 더 똑똑하고 친절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마자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H는 어린이병원 소아수술실에서 근무하며 각 진료과를 돌고, 다양한 수술을 스크럽한다. 설소대 수술처럼 작은 수술부터 장기이식과 같은 고난도 수술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다. 같은 수술이라도 소아·청소년의 나이와 신체 조건에 따라 준비해야 할 기구와 물품이 달라지기에 소아수술실은 10년이 지나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했다.
H의 오랜 관심사는 ‘미식’이다. 특히 일식을 좋아해 1년에 한두 번은 일본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데, 음식의 맛과 공간의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일본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지인과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된 지금, 그 노력은 스스로에게 작은 자부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H가 그리는 10년 뒤의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다. 어제보다 오늘 실수를 줄이고, 수술을 더 안정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 꾸준함이 가장 이상적인 미래라고 했다.
JY는 ‘간호사라면 임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급종합병원 병동에서 약 1년간 근무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이후 호주 간호사에 대한 관심으로 과감히 퇴사를 선택했고 해외에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가치관과 목표를 발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했고 결국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현재는 4년 차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요즘 JY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력’이다. 오랜 교대근무를 거치며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10년 뒤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을 자신을 떠올리며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간호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며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했던 동기들은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국경을 넘어 새로운 임상에 적응하고 누군가는 한 자리에서 전문성을 더 깊게 다듬고 누군가는 ‘간호’를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동기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내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자극을 주었고, 동시에 ‘나 역시 내 길을 차근히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위로가 되었다.
비교는 불안을 데려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방향을 되찾게 하는 나침반이 된다. 10년, 20년, 30년 뒤에도 나는 여전히 질문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길은 계속 만들어질 거라고 믿는다.
응급간호팀
정환지 주임
응급간호팀 정환지 간호사는 부인암병동,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 현재는 유행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관리센터 27병동에서 근무 중입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의료진의 숨겨진 노고와 이야기를 공유하며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간호사로서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다양한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발견한 희망과 의미를 생생하게 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