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울지 않고 병원 갈 수 있을까? 2026.03.11

소아환자의 긍정적인 병원 경험을 위한 노력

 

(AI 활용 일러스트)

 

2024년 12월 23일 운영을 시작한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에서는 뇌파검사, 핵의학 검사, 소아심장초음파 검사(주사제 진정), 짧은 MR검사, 안과 외래 및 검사 시 진정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에 내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어딘가 불편한 상태입니다. 금식을 해야 하고, 낯선 곳에서 하얀 옷(가운)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낯선 곳으로의 입장을 위해 준비한 자석판은 여전히 효과가 좋습니다. 아이들은 금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요리조리 자석을 붙이면서 놀이를 합니다.

 

 

 

크레파스와 색칠북도 준비해 두었는데 제법 효과가 좋습니다. 진정치료실 입구에서부터 울거나 낯설어 할 때 “그림 그리자”하며 크레파스와 색칠북을 건네면 대부분은 침대에 자연스레 앉습니다. 색칠북은 아이의 성별, 연령에 따라 ‘탈 것, 프린세스, 동물 등’ 다양하게 제공하는데, 가끔은 아이들이 직접 그리기로 하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께 그려달라고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의도치 않게 부모님들의 솜씨 자랑이 되기도 하죠.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놀이 과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효과를 발휘합니다. 한 손에는 정맥주입로가 삽입되어 받침대로 고정된 상태임에도 아이들은 자석판, 뽀로로 크레파스로 놀며 아팠던 순간을 잠시 잊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순간들이지요.


특히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에서 퇴실할 때는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됩니다. ‘가짜 안녕’이 아닌 ‘진짜 안녕’을 할 수 있고, 금식을 마치고 뭐든지 먹을 수 있는 기쁨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퇴실 준비를 하던 중 아이가 보호자님께 토마토 쥬스 먹으러 가자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토마토 주스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주스가 아니라서 궁금한 마음에 “토마토쥬스 좋아해?”라고 물었습니다. 보호자님은 우리 병원 진료가 다 끝나면 항상 병원 지하 카페에서 토마토 쥬스를 먹였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토마토 주스 먹으러 가자’는 ‘이제 집에 간다’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보호자님이 병원이라는 무서운 이미지를 토마토 주스를 통해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병원발전기금으로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에 내원하는 환아들을 위해서 다양한 소품을 추가로 준비했습니다. 처음엔 사비로 준비한 비타민 사탕 하나였지만, 어린이병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스티커, 키링 등을 더 마련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병원 방문이 불편한 기억이 아니라 선물 받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진정치료 후 아이를 깨울 때 비타민 사탕은 큰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사탕 먹을까?”라는 말은 아직 잠에 빠진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합니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금식 중이신 보호자님들을 위해서 미니 초코바도 함께 드리고 있습니다. 작은 비타민 사탕과 초코바로 진정치료를 위한 긴 시간의 어려움의 잠시 잊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됩니다.


퇴실할 때 ‘칭찬 선물’로 드리는 키링은 힘든 일이 빨리 끝나고 맑은 날만 계속되길 기원하는 ‘날씨요정(테루테루보즈)’에서부터 바다 친구들 캐릭터, 할로윈 시즌에는 호박 얼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산타까지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종종 키링을 아이보다 더 좋아하시는 보호자님들의 반응을 접할 땐 뿌듯함 마저 느낍니다.

 

어린이병원 진정치료실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득이하게 아이의 안전을 위해 의료진과 함께 아이를 제어해야 하는 보호자님들께도 마냥 불편하고 아픈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아픈 공간이 아닌 ‘비타민 사탕을 주는’, ‘귀여운 키링을 주는’ 즐거운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환자 가족 중심(Patient Family Centered Care)의 긍정적인 병원 경험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개발하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힘든 검사 과정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아이들과, 진정치료를 위해 잘 준비하고 내원해주시는 제 파트너인 보호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어린이병원간호팀
박정희 차장

박정희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간호팀에서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로 근무하며 소아환자의 진정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린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돌봄을 제공합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소아환자안전 전담간호사의 역할을 소개하고, 보다 많은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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