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사이드미러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확인하면 충분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지고 도로 위 차량이 늘면서 사고는 정면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옆과 뒤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이 장치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1911년 ‘인디애나폴리스 500’에 출전한 레이 하룬이 차에 거울을 설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오늘날 운전석 거울은 평면 렌즈로 거리를 정확히 보여주고, 조수석은 볼록 렌즈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한다. 보이지 않는 영역을 비추는 장치가 운전 방식을 바꾸었듯, 의료에서도 시야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보이지 않는 영역은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지식이나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료진의 시야에 담기지 못한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치료는 정교해지지만 환자가 겪는 경험은 더 복합적으로 변한다. 의료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는 시간의 공백이다. 치료는 병원에서 이뤄지지만 부작용과 상태 변화는 병원 밖에서 나타난다. 항암 치료 후 설사나 통증이 심해지는 순간을 의료진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외래와 다음 방문 사이의 시간은 의료의 관찰이 미치지 못한 채 지나간다. 둘째는 소통의 간극이다. 환자들은 피로나 우울 등 작은 변화를 느끼면서도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주치의에게 말을 아끼곤 한다. 의료진이 묻지 않으면 환자는 말하지 않게 되고 그 사이에서 위험은 조용히 자란다. 셋째는 인식의 차이다. 의사는 수술 효과를 영상 변화나 생존 기간 같은 수치 중심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환자가 체감하는 삶은 다를 수 있다. 수술 후 걷기, 말하기, 식사 같은 본래 기능을 지킬 수 있는지가 더 절실한 문제일 때가 많다.
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줄이기 위한 도구가 환자자가보고결과 측정도구, 즉 PROM(Patient-Reported Outcome Measures)이다. PROM은 단순한 만족도 설문이 아니다. 치료 전후 환자가 증상, 기능, 삶의 질 변화를 체계적으로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의료진이 놓치기 쉬운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게 한다. 이는 치료의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환자 중심의 치료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는 기술과 함께 진화해 왔다. 센서와 카메라가 주변을 감지하고 위험이 가까워지면 먼저 경고하고 예측하며 대응한다. 옆과 뒤를 보는 장치가 자율주행을 돕는 기술로 확장된 것이다. PROM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현재 상태를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읽어내고 치료의 흐름을 조정하도록 돕는다. 이는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약물과 수술법이 등장할수록 생존 기간뿐 아니라 삶의 질과 기능 변화까지 함께 평가돼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이후 치료의 기준을 세우는 근거가 된다.
조수석 거울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볼록 렌즈는 시야를 넓히지만, 거리를 실제보다 멀게 느끼게 한다. 의료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멀리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어도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순간 드러난다. 환자 중심 의료는 많은 정보를 쌓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환자가 경험한 변화를 정확히 기록하고 분석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치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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