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MSS 2026 에 참관을 다녀온 서울아산병원 직원들.
3월 9일부터 4일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 콘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전 세계 1,2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주를 이뤘던 기술 과시형 전시와는 달리, AI가 의료 현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입증하며 ‘실전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행사에 앞서 열린 포럼에서는 AI를 실제 진료 현장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습니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의 제인 모란 최고정보·디지털책임자(CIDO)는 “의료 AI는 이제 파일럿 단계를 지나 초기 확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AI 도입 성공의 열쇠는 기술 자체보다 인력 교육과 고품질 데이터 운영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의료보험서비스센터(CMS)는 병원 간 데이터 장벽을 허무는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며, 표준화된 데이터 품질 지표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기조연설에서 메이요 클리닉은 130개 기업과 글로벌 병원들이 협력해 5,400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을 소개했습니다. 중앙 서버가 아니라 각 기관별로 데이터를 보유하며 협력하는 ‘피어 투 피어(P2P)’ 구조가 특징입니다. 서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과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데이터 표준을 동일하게 유지해 모든 시스템에서 상호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방식으로, 데이터 보안과 규제가 엄격한 국내 환경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사례였습니다.
한편 애플은 생체신호를 감지해 질병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병원 진료의 필요성을 알리는 예방의료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병원 문턱을 넘기 전부터 환자의 일상을 관리하며 병원과 환자를 잇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우리 병원이 추진 중인 환자자가보고 측정도구(PROM) 활성화나 중증 노년 환자 통합진료시스템 ‘위드원(WithONE)’과 같이, 병원과 환자의 일상이 더욱 밀접하게 이어지는 미래 의료 환경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부스에서는 AI 에이전트들의 도약이 돋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환자와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진료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연구자료 정리와 수익 분석, 보험 환급까지 처리해 주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였습니다. 북미권 최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체인 에픽시스템즈는 의료진이 자신에게 최적화한 AI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에이전트 팩토리’ 플랫폼을 시연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AWS와 구글은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을 준수하는 대규모 의료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플랫폼을 소개하며 강력한 보안 통제 기능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의료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의료진의 ‘동료’로 자리 잡았음을 전 세계에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의료 AI는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효율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가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번 참관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환자에게는 더 안전한 치료를, 의료진에게는 더 효율적인 진료 환경을 제공하는 에이전틱 AI 도입과 보안 거버넌스 구축을 준비해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