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일러스트)
병동에서 3년 일한 뒤, 지금은 투석실 간호사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 때부터 내분비계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투석실로 부서를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투석실에 왔을 때 적응이 쉽지 않았다. 병동에서 일하던 시스템과는 많은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투석실은 병동과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주로 만성신부전 환자, 신장췌장이식 환자, 심부전 환자, 급성신부전이 심해져 갑자기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칼륨 수치가 올라간 환자, 폐부종 환자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환자들이 투석실을 찾았다.
환자들은 주로 주 3회 투석을 진행한다. 대개 월·수·금, 화·목·토 일정으로 병원에 오게 되는데, 투석을 한 번 시작하면 오랜 기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20~30년 동안 다니는 사람이 대다수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투석해온 환자분도 계셨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일단 투석실에는 의료기기가 굉장히 많았다. 나의 첫 번째 미션은 이 투석관련 기계들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이었다. 몇 달간 기계에 적응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투석 환자 대부분이 병원에 오래 다녔기 때문에 나보다 병원에 대해 더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나는 낯선 누군가일 뿐이었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자 내가 누구인지 호기심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고, 못 미더워하는 눈빛으로 보는 환자들도 있었다. 동정맥루로 투석할 때는 일반 주삿바늘보다 굵은 바늘을 사용하고, 잘못 넣으면 팔이 붓는 경우가 많아 매번 신중하게 바늘을 삽입했다.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여성 환자가 있었다. 내가 투석실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긴장을 많이 했다. 바늘을 삽입하기 전부터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집중하며 바늘을 삽입했지만 결국 잘되지 않아 다른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환자에겐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나중에 투석이 끝나고 그 환자분은 “원래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다음번에도 꼭 선생님이 해달라”며 손에 사탕을 쥐여 주었다. 낯선 환경에서 누군가의 칭찬이 필요했던 나에게 그 말은 큰 위로가 됐고, 마음이 찡했다.
간호를 하면서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같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투석실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단순한 업무 이상의 의미로 다가와 작은 변화와 감정에도 귀 기울이는 법을 알려 주었다. 앞으로도 매 순간을 하나의 퀘스트처럼 받아들이며 두려움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는 간호사로 나아가고 싶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결국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내과간호2팀
부소혜 주임
투석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일상과 생명 유지 치료의 의미를 바탕으로 간호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의료 현장과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투석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만성질환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통합내과병동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바쁜 근무 속에서도 러닝과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며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글로 풀어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