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위고비를 묻기 전에, 의사가 먼저 보는 것들 2026.04.22

 

(AI 활용 일러스트)

 

 

요즘 체중 감량 상담을 하다 보면 식단이나 운동보다 먼저 위고비를 묻는 분들이 많다.


“위고비 맞으면 살이 빠지나요?”
“약을 쓰면 운동 안 해도 되나요?”


예전보다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아졌다는 걸 진료실에서도 실감한다.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지만,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 의사는 약 이야기부터 하지는 않는다.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평소 얼마나 움직이는지, 잠은 잘 자는지, 스트레스는 어떤지를 먼저 살핀다.

 


체중은 단순히 먹는 양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잘못된 생활 패턴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면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급하게 먹고, 저녁 늦게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피곤하다 보니 밥을 먹고 바로 눕게 되고, 운동은 자꾸 뒤로 미룬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단 음식이나 야식, 배달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본인은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요”라고 느끼지만, 돌아보면 식사 시간은 들쑥날쑥하고 활동량은 줄어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 역시 이런 이야기가 아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바쁜 한 주를 보내고 나면 금요일 밤에 치킨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유난히 당길 때가 있어 몇 번씩 배달앱에 들어갔다가 나오곤 한다. 그래서 체중 관리가 단순히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을 더 실감한다. 결국 체중 감량은 무조건 식욕을 참는 일이 아니라, 그런 선택이 반복되는 생활의 흐름을 조금씩 바꿔가는 과정에 가깝다. 

 


운동도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이라고 하면 헬스장 등록이나 고강도 운동부터 떠올리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오래 이어갈 수 있느냐다. 필자도 최근 수영을 배우고 있고, 조만간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오르는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운동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야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자주 느낀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금방 지치고, 결국 다시 멈추게 된다.

 


그래서 외래에서도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운동을 꼭 1시간씩 해야 한다기보다,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움직임부터 권하게 된다. 식후 10~15분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한두 층 계단 이용하기, 출퇴근길에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주 2~3회 정도 근력운동을 더하면 도움이 된다. 집에서도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벽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아령이나 생수병을 이용한 팔 운동 정도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강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다.

 


식사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는 가급적 식사를 너무 늦은 시간에 먹지 않기, 단 음료 줄이기, 배달 음식을 완전히 끊기보다 양을 조절해 보고 며칠이라도 배달앱을 지워보는 작은 실천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체중 감량에서는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근육을 지키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굶는 방식보다는 식사 리듬을 일정하게 만들고,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편이 더 오래간다.

 


수면과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 조절이 더 어려워지고, 피로가 쌓이면 몸을 덜 움직이게 된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단 음식이나 야식에 더 쉽게 손이 가는 것도 흔한 일이다. 결국 건강한 체중 감량은 덜 먹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생활의 균형을 함께 맞춰가는 일에 가깝다.

 


물론 비만약은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나 비만과 함께 당뇨병이나 고혈압, 지방간 같은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다만 약이 시작점이 될 수는 있어도,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생활습관이다. 그래서 의사는 위고비를 묻는 질문 앞에서도 먼저 환자의 하루를 묻게 된다. 체중 감량의 출발점은 생각보다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 있다.

 

 

가정의학과
정휘원 레지던트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도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뉴스룸 칼럼을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수련하며 진료 현장에서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환자분들께 더 현실적이고 진심 어린 도움을 드리고자 저 역시 운동과 건강한 생활을 직접 실천하며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얻은 배움과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건강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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