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활용 일러스트)
아이의 쉰 목소리를 걱정하며 치료실을 찾는 부모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있다.
“선생님, 우리 아이 목소리가 왜 이렇게 걸걸할까요?”
곧이어 아빠를 닮아 원래 허스키한 것 같다거나, 아이들은 원래 소리를 지르며 크는 것 아니냐는 자가 진단이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조금 다른 질문으로 답을 시작한다. 부모님의 평소 목소리는 어떠한가 하는 물음이다. 아이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 바로 부모의 목소리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소리를 먼저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교육보다 모방(Modeling)이 훨씬 빠르게 작동한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아이의 뇌 속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은 부모가 소리를 낼 때의 발성 패턴, 성대 긴장도와 호흡의 리듬을 모방한다. 부모가 평소 높은 톤으로 급하게 말하고 있다면 아이 역시 그 긴장된 리듬을 따라간다. 목에 힘을 주어 말하는 습관이 있다면 아이 또한 같은 방식으로 소리를 내게 된다. 문제는 아이의 성대가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인에게는 평범한 발성이라도 작고 연약한 아이의 성대에는 몇 배의 부담이 된다. 아이의 성대는 아직 매우 부드럽고 자극에 민감하다.
소리가 큰 공간이나 흥분을 유도하는 놀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큰 소리를 낸다. 주변 소음이 커질 때 본능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 현상을 ‘롬바르드 효과(Lombard Effect)’라고 한다. 상대에게 내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소통의 본능이지만, 문제는 이 본능이 반복될수록 연약한 아이의 성대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쌓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성을 습관화하면 성대에는 지속적인 마찰과 충격이 가해지고 결국 ‘성대결절’이라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무조건 "조용히 해"라고 다그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이의 성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대화 환경의 소음 수치를 낮추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음이 걷힌 평온한 환경이야말로 아이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임상에서는 쉰 목소리를 단순한 질환이 아닌 하나의 결과로 본다. 아이는 관심을 받고 싶을 때, 혹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목소리를 크게 사용하곤 한다.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제한될수록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진다. 그래서 쉰 목소리는 때때로 “나를 좀 봐주세요”라는 아이의 간절한 신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쉰 목소리를 무조건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몸의 경고일 수 있다. 감기가 아닌데도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는 경우, 오전보다 오후나 저녁에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경우, 말할 때 목이나 어깨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는 경우, 노래할 때 고음이 안 나오거나 바람 빠지는 소리가 섞이는 경우라면 전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발성 습관은 점차 굳어지고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음성 치료의 핵심은 금지가 아닌 ‘방식의 변화’에 있다. 아이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어떻게 편하게 소리를 내는지를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허밍(Humming)이나 빨대를 이용해 일정하게 공기를 내보내는 연습은 성대 접촉의 긴장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공명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목에 힘을 빼고도 충분히 좋은 소리가 난다는 ‘감각’을 아이의 몸에 익혀주는 일이다.

특수검사팀
안대성 발성치료사
서울아산병원 특수검사팀에서 목소리 건강을 위한 발성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발성 습관이 목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목소리 질환 예방과 관리, 올바른 발성 습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 건강 유지법 등을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