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인상은 첫 주사에 달리곤 한다. 정맥주사(IV)삽입은 이정주 과장이 가장 잘 하고 싶은 일이자, 환자들의 통증을 줄여주는 첫 관문처럼 느껴졌다. 2016년 정맥지원팀으로 이동해 소아환자부터 말기 암 환자까지 두루 만났다. 2020년부터는 암병원주사실 근무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IV 삽입 실력은 기본에 불과했어요. 각종 암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약물 특성에 따른 정교한 처치, 그리고 환자의 불안한 마음까지 헤아리는 간호가 필요했죠.”
현재는 항암지원 전담간호사를 맡아 환자의 혈관 상태를 사정하고, 중심정맥관 삽입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항암제 혈관 외 유출 관리 교육과 전 병동의 수포성 항암제 주사 투여를 진행한다. 종양내과, 혈액내과, 산부인과 환자들에게 항암 주사를 투여하기 위해 중환자실과 병동 등도 수시로 오간다.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는 물론 진료과, 유관 부서와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안전한 항암제 투여 과정을 돕고 있다.

일일 평균 500여 명의 환자가 암병원주사실을 찾는다. 각 병실에선 간호사가 처방을 확인하고 정확한 절차에 따라 항암제를 투여한다. 내원 환자들의 혈관 상태를 사정하고 수포성 항암제의 중심정맥관 투여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면서 항암 주사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2025년 3월 항암지원 전담 업무의 시작이었다. 종양내과나 혈액내과에 전문간호사가 배치된 경우는 있지만, 외래 주사실에 상주하는 항암지원 전담간호사는 국내에서 우리 병원이 유일하다. 이러한 체계에 환자들은 “역시 서울아산병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년간 이정주 과장은 외래 항암환자의 중심정맥관 삽입 프로세스 개선과 케모포트 삽입 절차를 정립하기 위해 유닛 매니저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결과, 항암지원 전담간호사 업무 전후로 수포성 항암제의 중심정맥관 사용 비율은 14.5%에서 46.9%까지 상승했다. 단순한 수치의 변화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해에는 주사실 내에 ‘IV CATCH팀’을 구성해 혈관 확보가 어려운 환자의 정맥주사를 지원하며 투여 지연을 줄이고 간호사들의 부담도 낮출 수 있었다.
“누구에게든 먼저 웃으며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제 빠른 성격이 업무에 강점이 되더라고요.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환자와의 소통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안전한 투약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발맞출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주 과장의 출근 시간은 9시 30분이지만 출근길부터 쏟아지는 각종 문의에 이른 업무를 시작한다. 암병원주사실에 도착해선 내원 환자 명단에서 수포성 항암제와 일혈 반응을 일으키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이들을 확인한다. 각 병실을 돌며 항암제 투여가 종료되기 전 혈관 상태와 투여 과정을 살핀다. 항암제를 처음 투여하거나 약제가 변경된 환자들에게 귀가 후 나타날 수 있는 주사 부위 부작용의 예방과 대처 방법을 설명하는 얼굴엔 특유의 미소가 머문다.
“주사 부위와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초기 대처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피부과나 타과에 진료를 의뢰하고 있어요. 환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적관찰을 합니다. 안전한 항암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유관 부서와 수시로 회의하고 교육 자료도 업그레이드해요. 항암제 투여에 특화된 주사실이다 보니 그 외의 설명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서 앞으로 종양내과 치료 과정을 공부해 볼 생각이에요.”
유방암 전이 환자를 만났다. 연고지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을 때마다 혈관 잡는 것부터 쉽지 않고 항상 혈관이 붓거나 막힌다고 했다. 중심정맥관 삽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바로 시술이 가능하도록 담당 교수에게 연락했다. 안내를 받던 환자는 “선생님, 사실 케모포트를 해야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면 제가 곧 죽을 것만 같아 무섭더라고요. 선생님 설명을 들으니 이건 저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환자의 표정은 두려움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두려움을 안도로 바꾸는 열쇠는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안내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젊은 층은 기본정보를 제공하고 본인이 알아볼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게 효과적이에요. 연세가 많은, 특히 남성 환자들은 요점만 전달하고 보호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안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우선순위를 정해 숨가쁘게 움직여도 오래 대기한 환자들의 역정을 듣거나 자신의 담당 환자부터 해달라는 의료진의 재촉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진다. 그렇지만 기운을 북돋는 것 역시 환자와 동료 간호사들이다. 지속적인 항암 치료로 혈관이 약해진 환자의 말초정맥관을 한 번에 확보한 순간, “이야, 정말 잘하시네요”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여러 환자가 투약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IV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간호사를 대신하자, 감사 인사가 돌아왔다. 그런 말들은 다음 순간을 버티는 힘이 된다.
“암병원주사실은 체류 시간이 짧아 환자와 라포를 쌓기 어려워요. 그래서 전화 상담 후엔 다음 내원 일정을 확인해 직접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치료의 어려움이나 의료진에 대한 서운함을 내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꼭 저와 관련이 없더라도 일단 들어드리고 더 큰 오해로 번지지 않도록 챙기고요. ‘간호사님 반가워요’라며 저를 먼저 알아보거나, 덕분에 치료를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인사 건네는 환자분들에게서 제 일의 의미를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