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AI시대에 능숙한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기 2026.05.27

 

 

(AI 활용 일러스트)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도구가 쏟아지며 우리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유혹하는 지금, 우린 100여년 전의 과학자 ‘마리 퀴리’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마리 퀴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러시아 점령하의 폴란드에는 여성이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없었고, 폴란드어로 고등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비밀 지하 조직인 ‘이동 대학 (flying university)’에서 학생이자 교사로 활동하다가 23세가 되어서야 프랑스로 건너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후 박사학위 연구 주제를 정할 때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겠다는 당찬 결심으로 방사능 연구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했으며, 이는 오늘날 방사선 치료의 기초가 되었다. 마리 퀴리는 1903년과 1911년에 각각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는데, 서로 다른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은 지금까지도 그녀가 유일하다.


1914년, 이미 두 개의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는 돌연 자동차 운전과 정비, 해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부상병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군인들의 몸에 박힌 파편 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현장에서 X선 촬영을 할 수 있는 이동진단차량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직접 현장에 가기 위해 운전을 배우고 전선에서 차량 고장에 즉시 대처하기 위해 정비를 익혔으며, 최소한의 임상적 기반을 갖추고자 해부학까지 공부한 것이었다. 두 개의 노벨상을 받은 47세의 석학이 자동차 정비를 배우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마리 퀴리는 평생 발전을 멈추지 않고 자신이 도움 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나섰다. 이동 대학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공부했고, 아무도 손대지 않던 주제를 파고들었으며,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부상병을 돕기 위해 운전과 정비를 배웠다. 이런 그녀의 삶은 자신의 명언으로 잘 표현된다.

 

“더 나은 세상은 개인들의 발전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책임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자의 발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무슨 일이든 초보(novice) 단계에서 시작해 능숙한(competent) 단계를 거쳐, 숙련(proficient), 전문가(expert)의 단계로 성장한다. 이때 최소한 능숙한 단계에 이르고 이를 유지해야만 의료진으로서든 연구자로서든 안전하고 수월하게 기능할 수 있다.

▲ 생성형 AI의 도래와 오남용에 따른 기술 숙련도의 변화 궤적 (출처: Abdulnour et al, NEJM, 2025; doi: 10.1056/NEJMra2503232)

 

이런 지식과 기술 습득 과정에서 AI는 매우 날카로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올바르게 활용하면 AI는 나의 능력을 더 빠르게,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주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배움과 훈련이 필요한 시기에 AI를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오용하면 나 자신이 능숙한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는 ‘never-skilling’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AI를 잘못 사용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둔해지는 ‘de-skilling’이나 AI가 가진 편향과 환각현상으로 인해 잘못된 지식이나 기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mis-skilling’을 경험할 수도 있다. 능숙함과 전문성을 넘어 인류 발전에 기여했던 마리 퀴리의 삶에 비춰본다면 AI는 자칫하면 우리를 퇴보시키는 가장 위험한 기술이 될 수 있다. 


AI가 가장 쉽게 never-skilling과 de-skilling을 유발하는 분야는 글쓰기다. 이는 생성형 AI가 자연스러운 글을 쓰도록 설계된 도구라는 점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부담스럽거나 번거로워 한다는 점 때문이다. AI는 내가 어느 정도 숙련도를 갖춘 영역에서 조수로 쓸 때 가장 안전하고 유용하다. 앞으로는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임상논문을 예시로 살펴보고, 생성형 AI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임상의학연구소
임준서 박사

서울아산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원내 연구진의 논문 작성과 교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논문 작성과 게재 및 AI 활용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룸 칼럼을 통해 최신 기술을 접목해 논문의 질을 높이는 방법과 의료 연구에서 AI의 활용 가능성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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